하루 벼락 2531번... 폭염이 몰고 온 낙뢰의 일상화

박상현 기자 2024. 8. 2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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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자정 제주시 오라2동에서 바라본 동쪽 하들에 밤하늘을 밝히는 번개가 치고 있다. /뉴시스

강한 소나기가 내린 지난 5일 하루 동안 경기 양평군 지평리에 2531번의 낙뢰(落雷)가 몰아쳤다. 낙뢰가 떨어진 한 양계장은 배기 장치가 고장 나며 닭 2만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양계장 내부의 열과 가스를 바깥으로 내보내지 못해 질식사한 것이다. 양계장 주인 박유경(57)씨는 “폭염에 닭들이 죽을까 봐 배기 장치를 자동화해 놨는데, 낙뢰에 망가질 줄은 몰랐다”면서 “밤늦게 사고가 나서 다른 조치를 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한반도가 밤낮으로 펄펄 끓으면서 낙뢰가 일상적 재난이 되고 있다. 낙뢰는 흔히 ‘벼락’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두꺼운 구름인 적란운(積亂雲)에서 주로 발생한다. 지표가 지나치게 뜨겁게 달궈지면 대기 상·하층 온도 차가 커지고 구름이 두꺼워지는데, 이때 대기 불안정이 심해져 낙뢰가 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낙뢰를 직접 맞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강한 전류가 건물이나 땅속으로 흘러들어 가 각종 전기 시스템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7월부터 8월 21일까지 우리나라 내륙에서 발생한 낙뢰는 총 12만236회로 작년 한 해 전체 발생량(7만3341회)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8월 낙뢰 수가 작년 9443회에서 올해 6만3740회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여름 대기가 워낙 뜨거운 탓에 국지적으로 적란운이 자주 만들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폭염의 일상화가 낙뢰의 일상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낙뢰 피해도 크다. 지난달 21일 낙뢰 여파로 제주항공 비행기 40여 편이 지연됐다. 지난 15일과 18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선 낙뢰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로 놀이기구와 워터파크 운영이 잠시 중단됐다.

문제는 낙뢰를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국지성 집중호우가 많이 내리면서 낙뢰가 어디에 어떻게 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 서명석 공주대 위성기상학 교수는 “우리나라가 더워지고 있고 수증기도 많아지는 추세라 낙뢰가 많이 발생하고 강도 역시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낙뢰가 칠 때는 산 위 암벽이나 키 큰 나무 밑은 위험하다. 자세를 낮추고 저지대의 안전한 곳으로 빨리 대피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1일 전국에서 23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해 올여름 온열질환자는 3019명(사망 28명 포함)으로 늘었다. 무더위는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3일 기온은 최저 23~28도, 최고 31~36도로 예보됐다. 23일 수도권과 강원·충청·전라·제주에는 5~20㎜의 소나기가 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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