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09] 축소 지향의 중국
‘황하의 죽음’이라고 옮길까. 이런 의미의 ‘하상(河殤)’이라는 제목을 달고 1980년대 중국을 열광케 한 작품이 있다. 오랜 농경(農耕) 문명의 중국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다큐멘터리다. 당시 개혁·개방의 풍조를 잘 반영했다.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은 채 바깥 세계에 눈을 돌리지 못했던 중국의 오랜 문명적 퇴행성을 강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특히 대지(大地)와 대하(大河)에만 탐착하는 관행을 멈추고 해양(海洋) 문명을 배워 체제 혁신을 꾀하자는 제안도 담았다.
2003년에는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새 정치 담론을 형성했다. ‘공화를 향하여(走向共和)’다. 서양이 문호를 두드리던 19세기 무렵 중국의 정치체제 모색을 다뤘다. 그러나 현대판 정치 개혁 메시지는 담아내지 못했다.
위의 둘은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 그의 뒤를 이어 문호를 더욱 열어젖힌 장쩌민(江澤民) 등 당대 최고 지도자의 의중을 충분히 담아낸 작품이다. 그 다음에 올라선 지도자들은 전임과는 사뭇 달랐다.
후진타오(胡錦濤)가 집정한 2007년에는 ‘대국굴기(大國崛起)’라는 다큐가 유행했다. 역시 그 시대의 새 담론으로 부상했다. 서양 열강이 세계적인 강국으로 올라서는 과정과 그 몰락을 다뤘다. 중국도 세계 패권으로 올라서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시진핑(習近平)이 집권한 2020년에는 다큐 ‘중국(中國)’이 풍미했다. 공자(孔子) 등 과거 인물을 중심으로 제 전통의 찬란함을 강조한, 이른바 ‘국뽕’이랄 수 있는 작품이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中華主義)의 현대 결정판에 가깝다.
해양과의 대비에서 자신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했던 ‘하상’의 문명적 시선이 끝내는 과도한 자기중심주의로 회귀하고 말았다. 몸집은 문명을 이루지만, 그 소견은 늘 지역 패권의 음울한 국가주의에 묶인다. 덩치만 컸지 생각은 축소 지향적인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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