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예술여행] [23] 역사와 전통, 예술에 대한 안목
얼마 전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사용됐던 페도라가 경매에서 높은 금액으로 팔렸다는 뉴스를 봤다. 그 외에 ‘해리 포터’, ‘007′ 영화에 등장했던 소품들이 경매에 출품되었는데 비싼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뉴스였다. 영화 속에서 직접 사용되었다는 희소 가치 때문일 것이다.
‘인디아나 존스’ 영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 페도라를 꽤 오래전 런던 피커딜리 거리 근처의 상점에서 구할 수 있었다. 1889년에 설립한 허버트 존슨 모자 회사에서 만드는 이 모자는 당시 ‘시인 모자(poet hat)’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판매했다.
런던의 최고 번화가 지역인 피커딜리 광장에서 시작되어 그린 파크까지 이어지는 피커딜리 거리 주변은 영국의 오래된 명품과 예술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광장 중앙의 에로스 상과 화려하고 거대한 영상 광고판이 유명해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이는 곳이기도 하다.
런던에 머물 때 이 거리를 종종 찾았다. 피커딜리 거리와 주변의 리젠트·옥스퍼드 거리는 흡사 우리의 청담동 같은 명품 거리 느낌인데, 영국의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명품들이 다수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책, 옷, 전통 차, 모자, 일상용품 등 다양한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피커딜리 거리를 중심으로 모여 있다. 상품의 역사도 오래되었지만, 상점도 수백년의 시간을 지켜왔다. 한번 들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곳들이다.
이 거리에는 영국 예술의 중심인 로열 아카데미(RA)가 들어서 있는 벌링턴 하우스도 있다. 주변에 아트 갤러리들이 모여 있어 다양한 예술을 접하기에 좋다. 전시를 보러 가면 사람들이 예술을 편하게 즐기는 태도를 느낄 수 있어 부러웠다. 예술을 즐기는 데는 개인의 취향과 안목이 필요하다. 개인의 성향을 보여주는 취향과는 달리,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식’이라는 의미의 안목은 키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무엇인가를 접하고 이에 대해 좋고 나쁨, 혹은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은 단시간에 계발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영국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예술에 대한 안목을 살필 수 있는 지역이었다. 덧붙인다면, 인디아나 존스의 페도라 또한 오랜 시간 축적된 안목이 반영된 모자라 할 수 있다. 아마 그래서 여전히 인기가 있지 않을까. 오랜 세월을 넘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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