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연료잔해 반출 첫날부터 실패…원전폐기 지연되나

13년 만에 핵연료 잔해 반출 시도…준비 과정서 작업 중단

도쿄전력이 22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원자로에 남은 핵연료 잔해(데브리) 반출을 처음 시도했으나, 준비 과정에서 작업을 중단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과 NHK 방송 등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이날 오전 7시 24분쯤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의 핵연료 잔해 시험 채취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작업자가 핵연료 잔해 반출 장치를 밀어 넣는 파이프 설치와 관련해 실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 오전 8시 53분쯤 준비작업을 중단했다.

도쿄전력은 지난달 하순에 파이프 5개를 늘어놓는 작업을 완료했지만 배열순서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그간의 점검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시마현은 작업 중단에 대해 "인위적이고 초보적인 실수로 주민에게 불안을 줄 수 있다"며 도쿄전력 측에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등을 촉구했다.

도쿄전력은 작업 재개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되도록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밝혔다.

고바야카와 도모아키 도쿄전력 사장은 취재진에 "원인을 조사한 뒤에 대책을 확실히 공유하고자 한다"며 "데브리의 시험 반출은 원전 폐기에서 가장 중요한 국면으로, 확실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연료 잔해 반출 시도는 사고 원전 폐기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는 880t(톤)가량의 핵연료 잔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잔해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온도가 높아진 핵연료가 녹아서 떨어지는 노심용융(멜트다운) 사고로 발생한 바 있다.

도쿄전력은 핵연료 잔해 반출을 당초 2021년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장비 문제 등으로 세 차례 연기해 3년가량 늦춰졌다.

일본 정부는 2051년께 후쿠시마 제1원전을 폐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핵연료 반출 작업이 지연되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핵연료 잔해를 전부 반출하지 않으면 사고 원자로로 유입되는 빗물, 지하수로 인해 오염수 추가 발생이 불가피하고 지난해 8월 시작한 해양 방류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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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ku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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