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 심상찮다” 초조한 대통령실…한은 향해 “금리 미리 내렸어야”
대통령실 “선제 대응 아쉬워”
역대 정부-한은 불협화음
“한은법에 고용안정 목표 넣어야”
한은 “여러 의견 참고할 것”
2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한은에 압박을 가하거나 독립성을 침해할 생각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이 9월에 0.25%포인트, 혹은 0.5%포인트 금리를 내린다는데 선제 대응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이후 대통령실에서 즉각적으로 아쉬움을 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대통령실과 한은이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경우는 역대 정부에서도 종종 있었지만, 결정 이후에는 한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평가를 자제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이같은 직접적 반응을 보인 것은 19개월 넘게 계속된 고금리 부담 속에 내수침체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신청자가 11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7.7% 급증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 연구기관들은 장기화된 고금리를 내수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 누적된 불만이 고개를 들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작년부터 이른바 고금리 ·고물가·고유가 등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민 부담이 가중됐지만,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도 고금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농산물과 유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미국의 금리인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최근엔 환율도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여러 지표를 볼 때 한은이 먼저 금리인하를 단행할만 한데도 동결 기조를 역대 최장 기간 동안 유지하자 대통령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는 얘기다.
특히 이 총재에 대해 “너무 안 도와준다”는 인식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지난 2022년 3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고, 당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총재 인선에 대해 당선인 측 의견을 들었다고 했지만 당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를 부인했고, 이와 관련해 논쟁도 있었다.
역대 정권에서 정부와 한은은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을 놓고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물가 안정만을 목표로 삼는 한은과 경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간 인식 차는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금통위 직전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 조정이 선제적으로 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융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2017년 8월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 금리가 같아진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1.25%로 너무 낮다”며 금리 인상을 압박했다. 해당 발언 직후 채권금리가 연중 최고치로 치솟는 등 시장 혼란이 커지자,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조정을 당국자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였던 2014년 9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주열 전 총재와 회동 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기자 질문에 “척하면 척”이라 답변해 ‘한은이 기준금리 관련 정부와 입을 맞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불협화음이 간헐적으로 이어지자 물가 안정만을 규정한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고용 안정도 한은의 목표로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개진돼왔다.
이날 한은은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러 기관의 입장을 듣되, 의사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독립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여러 의견에 대해 금통위원들이 이를 참고해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상황이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평가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런 견해를 다 취합해서 듣고 내부에서 토론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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