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독립 공법단체 추가 지정 검토…‘광복회 힘빼기’ 의구심 확산
대통령실 지시 보도엔 일축
일각 ‘후손 편가르기’ 비판
정부가 유일한 독립 분야 공법단체인 ‘광복회’ 외에 다른 단체를 공법단체로 추가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쪼개진 광복절 경축식’으로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광복회의 힘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야당이 국회 다수당이라 추가 지정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부는 22일 “관련 단체의 요구에 따라 순국선열유족회와 순직의무군경유족회를 공법단체에 지정하려는 준비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공법단체는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지정되며 정부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순국선열유족회는 독립 분야, 순직의무군경유족회는 호국 분야 단체다.
이들 단체가 추가 지정되면, 독립 분야 공법단체는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등 2곳이 된다. 현재 공법단체는 독립 분야에 광복회가 유일하고, 호국 분야에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등 10곳, 민주 분야에 4·19민주혁명회 등 총 17곳이다.
일각에서 순국선열유족회 추가 지정 움직임이 윤석열 정부와 갈등을 빚은 광복회의 힘을 빼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앞서 광복회는 ‘뉴라이트 인사’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15일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 기념식을 열었다. 정부 주최 경축식에선 이종찬 광복회장을 대신해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이 독립 관련 단체 대표로 기념사를 했다.
보훈부는 대통령실이 공법단체 추가 지정을 지시했다는 보도에는 선을 그었다. 보훈부는 “관련 단체 추가 지정은 과거부터 준비해왔다”며 “공법단체 예산은 총액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서 새 단체가 추가 지정돼도 기존 단체 예산이 삭감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법단체 요청은 여러 단체가 해왔지만, 법 개정 사안인 만큼 대통령실에서 바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5·18단체도 공법단체가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광복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가 지정이 대통령실 공식 입장이 아니므로 이와 관련해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복회 내부에선 ‘독립운동 후손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편가르는 졸렬한 방식’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곽희양·유새슬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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