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중단한다니…실수요자에 불똥 튀나
신한은행이 ‘갭투자’에 활용되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전세자금 수요자를 포함한 부동산 투자자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투기성 가계대출 증가가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정작 전세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인 임차인의 불편이 늘어날 것이라 우려한다.
22일 부동산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전날 발표된 신한은행의 전세대출 중단 조치로 앞으로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들끓었다. 다른 은행들도 전세대출을 중단하면 갭투자 주택에 대한 전세 수요 자체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 등이 공유됐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의 전세대출 중단이 실제 갭투자 예방과 대출 증가 억제 효과를 보인다면 다른 은행들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가계대출 급증세와 이를 관리하라는 당국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인위적인 금리 인상 대신 실효성 있는 대출 억제 방안이 각 은행에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선례도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2020년 10월30일~12월31일 전세대출의 조건부 제한한 바 있다. 당시 우리은행이 제한한 조건은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 선순위 근저당권 말소 혹은 감액 등으로 전날 신한은행이 내건 조건과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조건부 전세대출 중단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춤하게 할 순 있지만, 전세난 등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후빈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갭투자로 흘러들어가는 가계대출을 일부 막을 순 있지만, 해당 효과보다는 전세대출을 받는 임차인이 겪는 어려움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세시장에서 대출이 불필요한 임차인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대출을 필요로 하는 임차인의 선택권과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대출 실행일을 피해 부동산에서 자금을 돌리는 등 편법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전세대출 중단 외에도 은행들은 대출 억제책을 고심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1년 안팎의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을 폐지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을 필두로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 제한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담보가치에서 임차인 몫의 소액 보증금을 제외한 만큼 대출해주는데, MCI·MCG는 그러한 차감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으로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MCI·MCG는 대출 한도를 늘리는 상품으로, 특정 은행이 가입을 막으면 다른 은행으로 대출이 쏠리는 경향이 강해 중단 조치가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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