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는 싸다”…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청약쏠림’
초고가에도 ‘비싼 로또’ 인식
실거주 의무 3년 유예도 작용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아파트로 청약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1순위 청약자 10명 중 8명이 분상제 아파트에 청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변 준신축 단지에 비해서는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셈법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22일 부동산R114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21일 기준) 수도권 민간 단지의 1순위 청약자 66만619명 가운데 78.4%인 51만8279명이 분상제 아파트에 1순위 청약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동탄 대방엘리움 더 시그니처’는 1순위 모집에 11만6621명이 몰리면서 626.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공급물량이 119가구인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중흥S-클래스’는 사전청약을 제외한 본청약 26가구 모집에 2만8869명이 몰려 1110.3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단지들은 분상제가 적용되면서 비교적 저렴한 시세에 공급이 이뤄졌지만, 분상제를 적용하고도 분양가만 84㎡ 기준 20억원을 훌쩍 넘는 단지들도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는 3.3㎡당 6480만원으로 책정되면서 84㎡ 기준 분양가만 22억7700만원(최고가)을 기록했다. 서울 평균 분양가(3.3㎡당 4190만4000원)보다 2000만원 이상 비싸지만 1순위 청약경쟁률은 402.97대 1이었다.
고분양가에도 청약통장이 몰리는 이유는 민간 주택시장에 공급되는 매물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위축심리와 함께 ‘그래도 분상제 적용을 받아 주변 시세에 비해서는 싸다’는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예상치는 7145가구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가구수(9510가구)보다 적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2만4659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이는 2026년도 입주자모집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단지 및 후분양 예정단지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 실제 입주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강남3구는 분상제를 적용받아도 분양가가 높다. 그런데도 청약통장이 몰리는 이유는 해당 아파트들이 ‘비싼 로또’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분상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를 3년까지 유예하면서 초기 자금만 마련하면 전세를 놓을 수 있다는 셈법도 반영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상제 아파트의 인기는 분양가 상승세와 함께 매매가, 전세가격의 상승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시장에서는 실수요자 도 다시 몰리고 있어 분상제 아파트 인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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