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전범기업에 잇단 ‘역전 승소’
또 다른 피해자 유족에도 배상
대법원 ‘소멸시효 확인’ 영향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다가 항소심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이 소멸시효 기준일을 2018년 이후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2부(재판장 지상목)는 22일 강제동원 피해자 고 정모씨 자녀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총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패소한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정씨는 1940~1942년 일본 이와테현의 제철소에 강제동원돼 피해를 봤다고 생전에 진술했다. 유족들은 이를 바탕으로 2019년 4월 2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같은 법원 민사항소7-1부(재판장 김연화)도 이날 강제동원 피해자 민모씨 유족 5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을 뒤집고 유족들에게 총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민씨는 1942년 2월 일본제철이 운영하는 가마이시 제철소에 강제동원돼 5개월가량 일했다. 민씨 유족은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약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강제동원은 채무 소멸시효(10년)가 지났지만,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던 점이 인정돼 이 사유가 해소된 시점부터 3년까지 청구권이 인정된다. 하지만 하급심마다 소멸시효 기산점을 두고 판단이 엇갈렸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소멸시효 기준일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본 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인정 판결을 한 2018년 10월30일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기준이 통일됐다.
정대연·유선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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