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어떻게 건달이냐”…조선사 공부한 외국인, 일침 날린 이유는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8. 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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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후손들인 우리는 대개 조선을 낡은 패배사로 낮춰보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영국인 작가 다니엘 튜더(42)가 보기에 조선의 마지막 역사야말로 "숨결을 불어넣어 복습하고 탐구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이야기"였다.

튜더의 신간 장편소설 '마지막 왕국'(김영사 펴냄)은 600쪽이 넘는 벽돌책으로, 의친왕의 명멸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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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지막 왕국’ 펴낸 영국인 다니엘 튜더
“부당하게 잊힌 과거 인물
숨결 불어넣는 게 제 소명“
유관순 스승 김란사도 조명
외국인 눈으로 새롭게 탐구
유학생·주재원·특파원 등
22년째 한국과 연 맺어 와
의친왕 이강을 다룬 소설 ‘마지막 왕국’을 출간한 다니엘 튜더. [김영사]
망국의 후손들인 우리는 대개 조선을 낡은 패배사로 낮춰보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영국인 작가 다니엘 튜더(42)가 보기에 조선의 마지막 역사야말로 “숨결을 불어넣어 복습하고 탐구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이야기”였다. 그 이유는 의친왕 이강(1877~1955)의 파란만장한 생에서 인간의 충천연색인 얼굴을 재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방인의 시선에서 ‘이강’은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튜더의 신간 장편소설 ‘마지막 왕국’(김영사 펴냄)은 600쪽이 넘는 벽돌책으로, 의친왕의 명멸을 다뤘다. 22일 서울 정동에서 만난 그에게서 능숙한 한국어가 이어졌다.

“의친왕 이강에 대한 세간의 평은 파락호(破落戶·놀고 먹는 건달)에 가까웠지만 그는 자유를 포기하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왕실의 후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정신을 한국인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소설 첫 장을 펼치면, 출신성분을 이유로 왕권에서 원천 배제됐다가 다시 궁으로 복귀한 10대 소년의 당혹감이 세필화처럼 그려진다.

이강은 고종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그러나 모친(귀인 장씨)이 상궁 출신이었던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궁밖에서 자랐다. 14세 무렵 환궁(還宮)한 소년은 명성황후, 이복형 이척(순종)과 궐에서 함께 산다. 하지만 을미사변으로 중전이 시해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는 언더우드 선교사 집으로 피신한다. 바람이 어디로 불지 모르는 인생의 벌판 위에 선 것이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양아들이 김규식 선생이었습니다. 이번 소설은 ‘팩션’이어서 김 선생의 실제 역사를 70%쯤 섞은 ‘김원식’이란 인물을 등장시켜 이강과 만나게 했어요.”

의친왕 이강과 김원식, 그리고 낸시 하(독립운동가 김란사를 모델 삼은 여성)가 이번 소설 ‘마지막 왕국’의 핵심이 된다. 세 사람은 조선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 인생을 건다.

제국 일본의 기세가 아시아를 납처럼 짓누르자 이강은 상하이 임정 합류를 제안받기도 한다. 항일의 선봉에서 이강은 망명길에 오르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특히 김란사는 ‘유관순 열사의 스승’이었는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그가 전면에 선다.

“여성 독립운동가에게 큰 영향을 준 대모인데 이름이 덜 알려졌어요. 그의 이름에 볕을 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한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역사에서 부당하게 지워진 인물이 많아요.”

지한파(知韓派)의 대표주자인 튜더 작가는 옥스포드대 재학시절인 2002년, 한국인 절친의 권유로 월드컵이 열린 서울을 찾으며 한국과 연을 맺었다. 한국에 머물며 증권사를 다녔고, 본국에서 MBA 학위를 받은 뒤에는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 신분으로 재방한했다. 임현주 아나운서와 결혼해 현재 딸을 육아 중이다. 그는 역사가 가진 위력에 대해 강조한다.

“더 많은 분들이 역사 속에서 잊힌 이들을 기억하게, 알게 하는 것이 집필 목적이에요. 역사의 시간 속에 풍화된 한 인물의 비극적 삶을 이번 책 ‘마지막 왕국’에서 확인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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