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어떻게 건달이냐”…조선사 공부한 외국인, 일침 날린 이유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망국의 후손들인 우리는 대개 조선을 낡은 패배사로 낮춰보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영국인 작가 다니엘 튜더(42)가 보기에 조선의 마지막 역사야말로 "숨결을 불어넣어 복습하고 탐구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이야기"였다.
튜더의 신간 장편소설 '마지막 왕국'(김영사 펴냄)은 600쪽이 넘는 벽돌책으로, 의친왕의 명멸을 다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당하게 잊힌 과거 인물
숨결 불어넣는 게 제 소명“
유관순 스승 김란사도 조명
외국인 눈으로 새롭게 탐구
유학생·주재원·특파원 등
22년째 한국과 연 맺어 와
튜더의 신간 장편소설 ‘마지막 왕국’(김영사 펴냄)은 600쪽이 넘는 벽돌책으로, 의친왕의 명멸을 다뤘다. 22일 서울 정동에서 만난 그에게서 능숙한 한국어가 이어졌다.
“의친왕 이강에 대한 세간의 평은 파락호(破落戶·놀고 먹는 건달)에 가까웠지만 그는 자유를 포기하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왕실의 후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정신을 한국인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소설 첫 장을 펼치면, 출신성분을 이유로 왕권에서 원천 배제됐다가 다시 궁으로 복귀한 10대 소년의 당혹감이 세필화처럼 그려진다.
이강은 고종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그러나 모친(귀인 장씨)이 상궁 출신이었던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궁밖에서 자랐다. 14세 무렵 환궁(還宮)한 소년은 명성황후, 이복형 이척(순종)과 궐에서 함께 산다. 하지만 을미사변으로 중전이 시해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는 언더우드 선교사 집으로 피신한다. 바람이 어디로 불지 모르는 인생의 벌판 위에 선 것이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양아들이 김규식 선생이었습니다. 이번 소설은 ‘팩션’이어서 김 선생의 실제 역사를 70%쯤 섞은 ‘김원식’이란 인물을 등장시켜 이강과 만나게 했어요.”
의친왕 이강과 김원식, 그리고 낸시 하(독립운동가 김란사를 모델 삼은 여성)가 이번 소설 ‘마지막 왕국’의 핵심이 된다. 세 사람은 조선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 인생을 건다.
제국 일본의 기세가 아시아를 납처럼 짓누르자 이강은 상하이 임정 합류를 제안받기도 한다. 항일의 선봉에서 이강은 망명길에 오르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특히 김란사는 ‘유관순 열사의 스승’이었는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그가 전면에 선다.
“여성 독립운동가에게 큰 영향을 준 대모인데 이름이 덜 알려졌어요. 그의 이름에 볕을 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한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역사에서 부당하게 지워진 인물이 많아요.”
지한파(知韓派)의 대표주자인 튜더 작가는 옥스포드대 재학시절인 2002년, 한국인 절친의 권유로 월드컵이 열린 서울을 찾으며 한국과 연을 맺었다. 한국에 머물며 증권사를 다녔고, 본국에서 MBA 학위를 받은 뒤에는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 신분으로 재방한했다. 임현주 아나운서와 결혼해 현재 딸을 육아 중이다. 그는 역사가 가진 위력에 대해 강조한다.
“더 많은 분들이 역사 속에서 잊힌 이들을 기억하게, 알게 하는 것이 집필 목적이에요. 역사의 시간 속에 풍화된 한 인물의 비극적 삶을 이번 책 ‘마지막 왕국’에서 확인하길 바랍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 여성 아니었으면 ‘스타 임영웅’ 없었다…손대는 것마다 ‘흥행’ [신기자 톡톡] - 매일경제
- “인민을 사랑하는 김정은 총비서님”…최재영 목사가 창간 참여한 온라인 매체 수사 - 매일경
- 김희영 “노소영과 자녀들께 진심으로 사과”...위자료 20억 항소 안한다 - 매일경제
- “이게 말이 되나”…공무원연금 월 100만원도 안되는데 기초연금 못받아 - 매일경제
- “먹고살기 힘들다고, 연금 80% 대신 내주네”…국민연금 ‘이 제도’ 뭐길래[언제까지 직장인] -
- “여보, 월 65만원밖에 못받는대”...노후 보장은커녕 입에 풀칠도 힘든 ‘쥐꼬리 연금’ - 매일
- “속도는 1000배 비용은 50분의 1?”…엔비디아 ‘이것’에 전세계 기상청 ‘발칵’ - 매일경제
- 수박 아니었어?…알고보니 종이 뭉치 속 67억원어치 마약이 - 매일경제
- ‘폭탄발언’ 안세영, 결국 민주당 국회의원들 만났다…국회서 비공개 간담회 - 매일경제
- “또 만났네” 한국, WBC에서 일본 호주 체코와 한 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