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춘향?…끊이지 않는 논란
[KBS 전주] [앵커]
남원 광한루원에 봉안된 춘향 영정을 놓고 잡음이 많습니다.
친일 화가의 작품을 떼어내고 다시 제작한 영정마저 춘향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며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간 논란과 새로 떠오른 쟁점을 오정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생김새도, 옷차림도 다른 세 명의 춘향이 있습니다.
춘향제를 시작한 1931년부터 지금까지, 광한루원에 봉안됐거나 봉안 중인 춘향 영정들입니다.
먼저 '최초 영정'으로 불리는 춘향상은 낙관이 없어 작품 내력이 불분명합니다.
진주 최초의 서양화가 강신호 화백이 그리다가 세상을 떠났고, 궁중화가 우형 임경수가 마무리했다는 연구 발표가 최근 나왔지만, 추론에 그칩니다.
'2대 춘향'은 1939년과 1961년 이당 김은호 화백이 그렸습니다.
제작 연도가 두 개인 건, 1939년 제작된 작품이 6·25 때 유실돼 이당이 동일하게 다시 그렸기 때문입니다.
영정을 둘러싼 논란은 바로 이 작품에서 시작됐습니다.
2000년대 들어 이당의 친일 반민족 행적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작품을 조선총독부 고위 관료를 지낸 하야시 시게조가 "일본과 조선은 하나다", '내선일체' 시각으로 각색한 춘향전에 감명받아 의뢰했다는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남원시는 결국 2020년 9월, 춘향 사당에서 이당이 그린 영정을 철거하고, 연구 용역을 거쳐 3년 만에 새로 그린 춘향상을 봉안했습니다.
그런데 이 '3대 춘향'이 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나이들어 보인다, 춘향의 기품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맞닥뜨린 겁니다.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은 또다른 결정은 새로운 논란만 낳는다며 일단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시민단체와 연구자, 예술인들 사이에선 재교체 논의에 불이 붙었습니다.
춘향 영정 논란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
최근 봉안된 '3대 춘향' 영정을 반대한다는 공통된 목소리 속에서도, 최초 영정을 걸자는 의견과 다시 새롭게 그리자는 의견으로 엇갈립니다.
최초 영정 복위를 주장하는 쪽은 춘향제를 처음 만든 선인들의 뜻과 축제가 지향하는 정체성의 완전한 계승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영숙/경상대 외래교수·문학박사 : "(최초) 영정을 가지고 축제를 시작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예술성이나 아름다움, 미적 가치 이런 걸 떠나서 춘향 영정에 담고자 했던 정신, 그 당시의 시대 정신이 저는 최초 영정에 담겨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누가 그렸는지도 모를 미완의 춘향상을 100년 전통 제례의 영정으로 모실 수는 없다며 다시 그리자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강동원/전 국회의원 : "최초 영정은 작가미상입니다. 알려져있지 않았거든요. 최근에 강신호 화백이 그렸다고 하는데, 강신호 화백이 절명했거든요. 죽은지 4년 뒤에 그려졌어요. 그걸 어떻게 믿겠습니까. 그리고 미완성 영정을 춘향 사당에 걸 수 없는 겁니다."]
상상 속 인물 춘향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각각 철저한 고증을 내세운 주장들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영정을 둘러싼 갈등은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이주노/그래픽:박유정·최희태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한국 스키선수 3명, 뉴질랜드서 교통사고로 사망
- [단독] “가두리에 가둔 듯”…무신사 ‘갑질’ 논란
- 반복되는 에스컬레이터 사고…“시설 보강하고 평소 안전 관리 중요”
- 고가 가방 의혹 ‘무혐의’ 총장 보고…수사심의위 열릴까
- 광주 치과병원서 부탄가스 폭발…피의자는 ‘환자’
- 10대 오토바이 폭주족에 무법천지…경찰 조롱도
- 한밤중 풀숲에 숨은 음주운전자, 드론에 덜미…전방위 활약
- 정원 160명 ‘작은 학교’의 반란…“결승전도 지켜보세요!”
- “김희영·최태원, 위자료 20억 원”…“혼인 파탄 책임”
- “사이렌 울리면 비켜주세요”…소방차 길 터주기 요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