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세기의 상간소송’에서 김희영에 완승한 3가지 이유

공성윤 기자 2024. 8. 2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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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이례적으로 위자료 ‘20억원’ 책정
향후 관건은 대법원의 ‘재산분할 판결’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왼쪽부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 최태원 SK그룹 회장 ⓒ 연합뉴스·김희영 SNS 캡처

'세기의 이혼'에 이은 '번외전'의 1차전이 마무리됐다. 최태원 SK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제기한 3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2일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김 이사장 측이 물어야 할 위자료는 20억원이다. 인정된 액수는 청구액의 일부지만, 사실상 노 관장의 완승이란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유① 이례적으로 큰 위자료 '20억'

이날 재판부가 인정한 위자료 20억원은 이례적으로 큰 액수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적 의견이다. 과거에 위자료 액수는 판사의 재량에 맡기는 게 보통이었다. 통상적으로는 기존 판례에 따라 사망 사고 시 피해자 과실이 없는 경우 위자료를 최대 1억원으로 인정해 왔다.

그러다 대법원이 지난 2016년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 위자료 산정방안'을 발표하며 상한선이 대폭 늘었다. 구체적으로 △교통사고 사망 최대 3억원 △대형 재난에 따른 사망 최대 6억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불법행위에 따른 사망 최대 9억원 등으로 정해졌다. 20억원은 이 중에서도 최대치인 9억원의 두 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이 같은 위자료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지난 5월에도 갑론을박이 펼쳐진 바 있다. 당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재판부도 같은 금액의 위자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업인 출신의 한 준법감시 전문 변호사는 "김 이사장을 피고로 한 손해배상 소송 재판부가 앞서 (노 관장이 피고인) 이혼소송 2심 결과를 참고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혼소송 2심에서 인정된 최 회장의 유책사유에 준하는 책임이 김 이사장에게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재판부 입장에선 국민 정서도 주요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위자료의 뜻이 민법상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배상금'으로 해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이사장이 이혼 상대방인 최 회장만큼이나 노 관장에게 상당한 정신적 위해를 가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판부 역시 "노 관장의 정신적 충격이 분명하다"며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공동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손해배상 소송 판결로 노 관장이 받을 위자료가 이혼소송 2심 판결 위자료에 더해 40억원으로 불어난 건 아니다. 이날 재판부가 이혼소송 2심 판결 위자료를 언급하며 "김 이사장의 채무와 부진정 연대채무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진정 연대채무란 채무자 중 한 사람이 채무를 변제하면 다른 채무가 소멸하는 것을 뜻한다. 즉 김 이사장은 최 회장과 합쳐서 20억원만 노 관장에게 지불하면 된다.

이유② 최태원의 혼인파탄, 김희영도 공동 책임

위자료와 별개로 김 이사장은 남의 혼인 관계에 대한 파탄 책임을 떠안게 됐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에 의해 김 이사장과 최 회장의 부정(不貞)행위, 혼외자 출산, 공개적 행보 등이 노 관장과 최 회장의 근본적인 신뢰 관계를 훼손하고 혼인을 파탄나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 과정에서 김 이사장 측은 '최 회장과 연인관계로 발전하기 전에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났고 그 책임도 노 관장에게 있다'는 취지로 항변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판단은 앞서 이혼소송 2심 재판부가 최 회장에게 파탄 책임을 지운 취지와 맞닿아 있다.

나아가 이번 판결로 김 이사장은 상간(相姦·도리를 어기고 정을 통함)에 대한 책임도 피하기 힘들게 됐다. 2014년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이른바 '상간소송'은 배우자와의 불륜 상대방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됐다. 노 관장이 제기한 이번 손해배상 소송도 그 취지와 대상에 비춰봤을 때 상간소송으로 분류된다. 검사 출신의 성범죄 전문 강민구 변호사(법무법인 진솔)는 "상간소송을 통해 민사적 구제를 받는다고 하면 통상 3000만원이 최대 액수"라며 "위자료가 20억원이라는 건 법원이 상간의 책임을 얼마나 크게 판단했는지 알 수 있는 척도"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김 이사장은 이번 판결 직후 항소 의사를 접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항소하지 않겠다"며 "노 관장님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 이사장을 법적으로 '상간녀'로 못박는 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강민구 변호사는 "김 이사장이 항소를 포기했다고 해서 본인도 혼인 파탄 책임을 받아들인다고 보기는 힘들고, 아직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최종심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③ "공개 최소화" 요청에도 공개 진행

한편 김 이사장 측은 이번 판결 5일 전인 지난 16일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KBS에 따르면, 김 이사장 측은 해당 의견서를 통해 '판결 선고를 간결하게 하고 판결문 열람을 제한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또 이혼소송 2심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판결 이유를 1시간에 걸쳐 상세히 설명한 점을 거론하며 "내밀한 사생활이 공개됐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을 향한 집단 린치와 마녀사냥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주장도 제기했다고 한다.

재판부가 김 이사장 측의 요청을 받아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날 재판은 원칙에 따라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또 민사 소송에서 통상 판사는 주문만 읽거나 요지를 짧게 설명하는데, 이번에 재판부는 15분에 걸쳐 A4 용지 두 장 분량의 판결 내용을 읊었다. 법원 공보관도 핵심을 간추려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반면 이 같은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을 '노 관장의 완승'으로 보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다. 우선 재판 공개 정도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재판 직전에 "출입 기자들 중 추첨해서 소수만 참관을 허락하기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와 변호사 외에 기자들은 8명만 입장이 가능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를 맡고 있는 서혜진 변호사(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는 "사회적 관심이 지대한 사안인데 참관 인원을 이렇게 제한했다는 건 사실상 공개 재판 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이번 재판의 성격은 사생활과 직결된 가사 사건이 아니라 알 권리가 보장돼야 할 민사 사건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서혜진 변호사는 "20억이란 위자료가 엄청난 액수는 맞지만 김 이사장과 최 회장의 재산을 고려하면 솔직히 평범한 주부가 받은 위자료만도 못한 액수"라고 꼬집었다. 이어 "혼외자로 인한 혼인 파탄은 당사자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정신적 고통으로 남는다"라며 "이번 판결이 피고의 재산과 혼인 파탄 정도를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현실적으로 산정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향후 관건은 이혼소송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다. 일단 이날 재판으로 노 관장이 이혼소송의 핵심 외부인인 김 이사장에게 판정승을 거둔 만큼, 최 회장은 판을 뒤집기보다 1조3808억원이라는 재산분할 액수를 줄이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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