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역사, 잊힌 사람…“진짜 모습 알고 싶어 하길”
‘IQ 177의 멘사 회원’ ‘영국 옥스퍼드 출신의 뇌섹남’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전 청와대 해외 언론 비서관 자문위원’ ‘임현주 MBC 아나운서의 남편’….
매번 새롭고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다니엘 튜더(42)가 오랜만에 작가로 돌아왔다. 영국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 그것도 대한제국의 황족에 관한 소설을 들고 말이다. 그는 22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소설 <마지막 왕국>의 출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마지막 왕국>은 의친왕 이강을 소재로 한 팩션이다.
그가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펴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와 구태 정치, 386 문제 등을 건드린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사회주의 낙원을 표방하지만 장마당과 뇌물이 사회를 움직이는 북한의 모순을 끄집어내는 <조선자본주의공화국> 등을 통해 한국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대한 탐구를 이어왔다.
국내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며 내부인이 놓치는 이면을 외부인의 시각으로 찾아내기도 하고, “한국 맥주가 북한 맥주보다 맛이 없다”며 직접 맥주 회사를 차리는 등 한국인보다 한국의 맛을 더 섬세하게 즐기기도 한다.
그런 그가 이번엔 의친왕에게 꽂혔다. 내용에 허구가 가미됐지만 뼈대는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5년에 걸쳐 국내외 자료를 모두 뒤져가며 의친왕의 흔적들을 모았다. 자취와 자취 사이의 여백은 그의 상상력으로 채웠다. 그렇게 600쪽에 달하는 팩션이 나왔다.
항일투쟁 관심 둔 ‘의친왕’에 꽂혀
그의 흔적 좇아 5년에 걸쳐 ‘발품’
단점 많았지만 ‘성장형 인간’ 그려
최초의 여성 미국 유학생 김란사
이야기 끌어가는 중요한 축으로
의친왕 이강은 조선의 황족 가운데 항일투쟁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방탕한 생활을 한다. 그러다 여성 유학생 낸시 하(김란사)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이후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할 결심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의주에서 압록강 철교를 건너 만주 안동(현 랴오닝성 단둥)에 도착했지만 일제에 체포됐다.
튜더는 여기에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패권국 사이에 끼여 어찌할 바를 모르던 조선의 모습,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해가는 왕가의 비참한 현실, 그 속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이들의 의지를 녹여냈다.
“이강은 단점과 약점도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술을 좋아하고, 여성들과 짧은 연애도 많이 했어요. 그러나 독립운동가들과 대화하면서 목적이 생겼죠. 저는 이강을 성장하는 사람으로 봤습니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로 미 웨슬리언대를 졸업한 조선 최초의 여성 미국 유학생이었던 김란사 역시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맡는다. “정말 부당하게 역사에서 잊힌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캐릭터 구축에 공을 들였습니다.”
튜더는 다만 어디까지나 ‘소설’이라며 ‘진짜 이강’이나 ‘진짜 김란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진짜 이강과 진짜 김란사를 알고 싶어 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가 지금 이들을 소환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이라면서도 “지금 사회가 혼란스럽다고 느끼는 독자들에겐, 이런 인물들이 계속 변화를 시도하는 도전기를 읽으며 동기부여가 되고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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