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 일본 기업 책임져야” 1심 뒤집는 판결 잇따라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이 작년 12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사라지는 시점을 다시 판단한 영향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2부(재판장 지상목)는 강제동원 피해자 정모씨의 자녀 4명이 일본제철(과거 신일본제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2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5년 만에 뒤집고, 일본제철이 정씨의 자녀들에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1부(재판장 김연화)도 피해자 민모씨의 유족 5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일본제철은 민씨 유족들에게 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정씨 자녀들은 “정씨가 1940~1942년 일본 이와테현 제철소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했다”며 2019년 4월 일본제철에 약 2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942년 2월 일본 가마이시 제철소에서 약 5개월간 강제로 일했던 민씨의 유족들도 위자료 1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같은 시기에 제기했다.
두 사건의 1심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이미 지났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소송은 피해자가 손해를 알게 된 날부터 3년 이내 또는 손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안에 내야 하는데, 피해자들은 이 기간이 지난 뒤 소송을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년 12월 대법원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소멸시효를 2018년으로 판결한 이후, 법원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앞선 1심은 손해배상 청구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해소된 시점을 2012년으로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이 시점을 2018년으로 보고 판결을 뒤집는 것이다.
과거 법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체결되면서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해왔다. 그러다 2012년 5월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후 대법원은 작년 12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며 손해배상 청구권이 사라지는 시점을 다시 판단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을 지원하는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이날 선고 뒤 “작년 연말과 올해 초에 걸쳐 대법원에서 소멸시효를 2018년 이후로 봐야 한다고 확정해 다시 판결이 난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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