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훈의 법과 사회]소송당한 ‘콩나물시루’ 교도소
‘닭장 교도소’, ‘콩나물시루’, 한여름엔 ‘찜통’. 노후화와 과밀수용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비유적 표현이다. 이런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돼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던 24명이 지난달 18일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을 맞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소 제기가 처음도 아니다. 이미 2016년 헌법재판소가 1인당 2.58㎡ 기준 결정도 내렸고, 대법원은 2022년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여러 차례 권고했음에도 과밀수용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헌법재판소가 개선 권고한 5년 또는 7년의 시한은 벌써 지났다. 좁디좁은 과밀 공간에서 선풍기로 더위를 이겨내야 하는 재소자에게 올여름 같은 폭염은 가히 살인적이다.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수용자 인권은 외면당하기 일쑤다. ‘죗값을 치르는 놈들에게 웬 인권’ ‘감옥이 호텔이야’라는 시각과 비아냥이 만들어낸 비인간적 처우 현실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2㎡ 미만이라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한 것이어서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다. 교정 당국이 마냥 손 놓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애쓰고 있지만, 국민과 예산 당국을 설득하기란 난망이다. 국민의 법 감정 때문에 재소자의 인권까지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수용시설 확충이나 노후화 개선 예산을 확보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확보한다고 해도 지을 땅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혐오시설로 여겨 어느 지자체나 주민도 내 뒷마당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
법무부 교정본부의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정시설의 하루 평균 수용인원은 2023년 5만6577명에서 올해는 8월 기준 6만2366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과밀도는 2023년 113.3%에서 124.3%로 높아졌다. 강력범죄는 감소하는데 교도소는 포화 상태다. 그중 벌금을 못 내 몸으로 때우는 노역장 유치 인원도 하루 평균 1500명이 넘는다. 수형자의 교정 성적이 양호하고 뉘우침이 뚜렷하면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처분을 받을 수 있는데, 2022년 1만명을 넘어 증가 추세였다가 2023년에는 1만명 이하로 다시 감소했다. 심사가 엄격해진 것이다. 노역장 유치와 가석방 인원 정도로는 과밀화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지만, 수용 공간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에서는 이것이라도 잘 활용해야 한다.
벌금형 집행유예와 분납제도로 노역장 유치 인원수를 줄여야 한다. 현재 노역장 유치 건수는 5만건이 넘는다. 대부분 소액 벌금을 못 낸 이들을 노역장에 유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국가는 벌금 못 받아 국고 손실을 보고, 그들을 가두면서 수용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 수용밀도가 높아져 국가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면 밑지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벌금을 못 내는 자는 대부분 알코올 중독자, 실직자, 한부모가족,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벌금형 집행유예가 제도의 취지상 그런 계층에게 맞춤이다. 검찰집행사무규칙의 벌금형 분할납부나 납부연기 제도도 활용해야 한다. 검찰은 벌금의 상당액을 선납해야 분납 허가를 해 준다고 하니 선납할 목돈이 없는 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검찰이 집행 방식을 유연하게 바꿔야 할 이유다.
가석방도 활용해야 한다. 법무부는 가석방자의 재범 우려와 법 감정 때문에 제도 활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테지만, 전자장치를 통한 재택구금과 같은 조건부 가석방 제도처럼 다양한 조건을 붙여 가석방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처럼 현행 법과 제도 속에서 돈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 과밀도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면 재소자의 인권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노후화와 과밀시설에 눈을 감는다면 앞으로 손해배상 소송은 늘어난다.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태훈|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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