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참패 딛고 결승까지…교토국제고, 어떻게 '강팀' 됐나

정원석 기자 2024. 8. 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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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훈련 집중해 수비 강한 팀으로 거듭나
[앵커]

어제(21일)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가 고시엔 결승까지 진출한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규모도 작은 학교가 이런 쾌거를 이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야구팀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정원석 도쿄 특파원이 전합니다.

[기자]

던지고, 뛰고, 받고.

고시엔이란 무대의 큰 경기를 앞두고도 선수들 표정은 해맑습니다.

지금까지 성적은 3년 전 고시엔 4강 진출이 최고.

어제 결승전 티켓을 거머쥔 건 야구부가 생긴 1999년 이래 처음입니다.

교토국제고는 원래 재일교포나 한국 유학생들 위주로 다니는 민족학교다 보니 도쿄나 오사카와는 달리 학생 수가 모자랐습니다.

일본 학생들도 모집하기 위해 야구부를 창설했는데, 야구 경험이 별로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처음 출전한 교토 지역 대회에선 0:34로 참패하기도 했죠.

그때 상대 팀은 교토의 야구 명문 세이쇼고등학교.

'0:34 경기'의 주역인 세이쇼고의 1학년 주전이 바로 고마키 노리쓰구, 현 교토국제고 감독입니다.

고마키 감독은 대학 졸업 후 은행원이 됐는데요.

지인 소개로 교토국제고 야구팀 연습을 틈틈이 도와주다 2007년에 정식 코치가 됩니다.

그러다 아예 은행까지 그만두고 2008년엔 감독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팀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부임 첫해 지역 대회 3위까지 오르면서 이듬해부터는 일본 학생들도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야구장은 길이가 70m도 되지 않아, 연습경기라도 하려면 주변 야구장을 빌려야 합니다.

그 때문에 평소엔 수비 위주로 훈련을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변찮은 부실이나 큼지막한 샤워실도 없는데, 에어컨은 꿈도 못 꿉니다.

야구 도구들을 모아두는 창고인데요. 특별히 쉴 공간이 없다 보니 여기서 선수들이 쉬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카모토 히나타/교토국제고 1학년 : {휴게실 같은 공간이 따로 없나요?} 여기가 휴게실이 돼버려서 선풍기 틀어놓고 몸을 식혀요.]

변변한 운동기구도 없기 때문에 맨몸 운동 위주로 근력을 키웁니다.

[고마키 노리쓰구/교토국제고 감독 : 학교에 돈이 없기 때문에 (운동환경) 수준이 낮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라도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뿐이죠. 오로지 반복 연습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이런 식으로 하고 있으니까 질 수 없다…]

헝그리 정신은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2013년에 처음으로 프로야구 선수가 나왔고, 지난해에는 무려 3명을 한꺼번에 배출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5명을 보냈습니다.

현재 야구팀에도 한국계 선수 3명이 뛰고 있습니다.

야구 실력보다는 한국어 교가가 한일 양국에서 더 주목받는 상황.

부담도 될 듯하지만, 선수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임킹/교토국제고 1학년(재일교포) : 저는 한일 혼혈이기도 하고 한국어 교가가 나갈 때면 정말 자랑스러워요. 기분 좋아요.]

[화면출처 닛칸스포츠·마이니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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