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00억 한 방에 날렸다”... 하나증권 큰손 고객 80명 초비상
옵션 양매도 전략 썼다가 증시 변동성 직격탄
하나증권의 큰손 고객 80여명이 국내 증시가 폭락한 지난 5일 500억원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1인당 평균 6억2500만원꼴이다. 5일은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8.8% 하락해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던 ‘블랙먼데이’였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 클럽원WM센터가 판매한 하나자산배분알파 랩어카운트(Wrap Account) 가입자 80여명이 5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랩어카운트란,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투자자 맞춤형으로 운용하는 계좌를 말한다. 클럽원WM센터는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2017년 평균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인 수퍼리치들의 자산을 굴리기 위해 만든 VVIP 전용 점포다.
이 상품은 코스피 옵션 양매도 전략으로 운용되고 있었는데,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옵션 양매도는 시장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을 때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과 풋옵션(팔 수 있는 권리)을 동시에 팔아 생긴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쌓는 전략이다. 양매도 전략은 주식 가격이 콜·풋옵션 가격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정적 이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예상범위를 이탈할 경우 손실은 무한대로 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해당 상품에 가입했다가 원금 손실을 입게 된 투자자들은 하나증권 랩어카운트 운용역들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자 A씨는 “주가 하락에 대한 징후가 있었던 만큼 미리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서 대응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5일 오전까지만 해도 약간의 손실을 감수한다면 충분히 포지션을 변경하거나 축소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면서 “하지만 (운용역이 안이하게 대응하면서) 당일 오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각 계좌에 필요한 추가 증거금(마진콜)이 늘어났고 운용 인력 두 명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큰 손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랩어카운트 운용과 관리에 있어 허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증권 측은 이 같은 고객 주장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공모주 투자상품을 주로 운용하는 디와이자산운용도 지난 5일 증시 폭락장에서 옵션 양매도 전략을 펼쳤다가 사모펀드 수익률이 폭락하기도 했다. 디와이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은 지난 2일 1373억원에서 주가가 폭락해 ‘블랙먼데이’였던 지난 5일 755억원으로 45%나 쪼그라들었다.
과거 옵션 양매도로 큰 손실을 입어 파산 위기에 몰린 자산운용사도 있었다.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10년 당시 공모형 펀드 자금을 운영하는 전략으로 옵션 양매도를 하다 순자산보다 6배 큰 손실을 내면서 파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옵션 양매도는 평상시에는 높은 확률로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갑자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전략으로 고객에게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다툼이 커질 수 있는 상품”이라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옵션 양매도로 자금을 굴리던 부티크 대표들도 큰 손실을 입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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