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매홀중, 학생 주도 동아리 활동...인성 ‘탄탄’·생태 ‘튼튼’ [꿈꾸는 경기교육]
플로깅반 개설... 환경보호 역량 UP
2024 학교 현장을 가다 오산 매홀중학교
경기도교육청은 기후 위기, 급격한 생태환경 변화 속에서 살아갈 학생들이 스스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탄소중립 생태환경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학교급별로 교육 방식에 차이점을 두고 있다. 특히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깨치도록 놀이와 체험에 중점을 둔 유치원, 초등학교와 달리 중·고등학생은 학문적 탐구와 프로젝트 수행, 나아가 진로 연계를 실시하고 있다.
먼저 중학교의 경우 학생 자치회, 또는 동아리 등을 중심으로 기후 환경 문제를 교과 수업, 체험 활동으로 이해하고 탐구하며 생활 속 실천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여기에 문제 해결책 제안, 진로 연계를 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교육청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생태 감수성을 함양하고 주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생태시민이 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편집자주
‘비전을 갖고 미래를 개척하는 창조적인 인간 육성’을 교육 목표로 1995년 개교한 매홀중학교는 올해 ‘인성을 탄탄하게, 생태를 튼튼하게’를 대주제로 ‘탄생(탄소중립 생태환경)’ 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매홀중은 2022년 생태환경 주제 중심 자유 학년제 운영부터 시작, 지난해 탄소중립 시범 학교 선정 등 3년째 생태환경 교육 사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매홀중은 △학생 환경 동아리인 ‘매생이’를 중심으로 한 각종 캠페인 △생태환경 융합 수업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하는 연중 생태환경 캠페인을 주축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매생이는 ‘매플방’(매홀 플라스틱 방앗간)에서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실습부터 시작해 환경주간 캠페인(플로깅, 우리가 그리는 지구), 식목일 이벤트, 꽃밭 가꾸기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급식실과 채식 급식, 잔반 줄이기 등 탄소 중립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또 교사들은 교과별로 생태 환경을 접목하면서 자체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 이동 수업이나 빈 교실의 조명과 전자 제품을 끄는 활동을 학생과 함께 진행하며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매홀중은 지역 기관 또는 환경 자원과 연계한 융합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매홀중은 오산 물향기수목원 체험 수업으로 환경 보호의 필요성과 방안을 학습하는가 하면 국립농업박물관 견학으로 그린테리어를 체험하기도 한다.
이를 토대로 지역 환경 기관과 수질 정화에 필요한 ‘EM 흙공’을 만들어 사용하고, 스포츠 플로깅반을 개설해 마을 환경 정화에 나서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생태환경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홀중은 지난 1학기 자유학기과정에서 ‘우리 마을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실시, 학교 안팎의 환경 문제를 발견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2학기에도 매홀중은 학생들이 탄소중립, 생태환경 보호 역량을 배양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는 환경 교육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인터뷰 줌-in 이미애 교사
“학생·교사·학부모 모두 환경문제 긍정적으로 인식”
“2022년부터 생태환경 관련 교육을 진행하면서 어느새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환경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커졌습니다.”
이미애 오산 매홀중학교 교사는 현재 진행 중인 ‘2024 탄소중립 생태 환경 교육’ 도입 취지에 대해 “학생들이 현재의 환경 문제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이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생각할 기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매홀중 생태환경 교육의 두 축은 교내 자율 동아리 ‘매생이’(매홀 생태 동아리)와 매생이의 실천 캠페인인 ‘매플방’(매홀 플라스틱 방앗간)이다.
매생이 소속 학생들은 플로깅, 일회용품 적게 쓰기, 분리수거 캠페인 등 생활 속 다양한 환경 보전 활동을 실시하는 한편, 교내에 비치된 플라스틱 분쇄기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분쇄기가 비치된 공간인 매플방에서 학생들이 플라스틱 분쇄, 사출 과정을 탐구하고 금형 제안서를 작성하면 폐페트병 뚜껑들은 머리빗, 스마트폰 거치대 등 다양한 물건들로 재탄생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경험으로 깨친다.
이와 함께 매홀중은 여타 학교에서 찾아보기 힘든 ‘채식’ 급식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학생 자치회와 매홀중 급식실이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정기적으로 채식 중심의 식단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이 교사는 “가축을 도축하면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동물권 보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는 취지”라며 “이에 대한 홍보물 역시 학생들이 직접 관련 지식을 탐구해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 교과와 탄소중립 생태환경 교육을 접목한 다양한 수업도 진행되고 있다. 과학 시간에는 학교 생태지도를 제작하고, 직접 수세미를 재배하며 플라스틱 수세미와 비교하는 탐구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또 기술 가정 시간에는 먹거리 교육과 잔반 줄이기 프로젝트, 체육 시간에는 지역 곳곳을 돌며 플로깅 활동을 전개한다.
이 교사는 “지난 1학기에는 자율학기 과정을 적용해 과목별로 생태환경 관련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발굴, 실시했다”며 “생태환경 교과 융합 수업의 하나로 오산 물향기 수목원을 찾아 체험 활동 및 야외 수업을 전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2022년부터 생태 관련 교육이 진행되면서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와 학부모의 인식도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에는 학생들이 생태환경 교육을 평범한 교과 수업 중 하나 정도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다양한 활동과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은 매생이 가입에 관심을 두는 등 환경 문제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도 학생들의 캠페인에 공감하고 교무실에서 이면지 사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동참하는가 하면 휴식 시간을 쪼개 학생들과 플로깅 등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매 학기 말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진행하는 대토론회에서 학생들이 직접 환경 문제 탐구와 해결에 나서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앞으로 지역사회와 학생이 함께 학교 안팎의 생태환경 문제를 발굴, 연구하는 한편 이를 진로와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매생이 소속 학생들이 경기도 지속가능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양한 생태 현안을 발견, 탐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의 진로와 학교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데도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지, 김서현, 김단아 학생
“환경 보호 큰 관심… 지구, 더 푸르게 만들고파”
“친환경 브랜드 옷을 입고 생태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모델이 돼 지구를 좀 더 푸르게 만들고 싶습니다.”
매홀중 2학년 이윤지 학생은 탄소중립 생태환경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웠다.
이양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은 활동으로 매생이에서 진행한 채식 급식 캠페인을 꼽았다. 이양은 “육식을 위해 동물을 잡으면 탄소배출량이 커져 환경이 오염되기도 하고 잔반을 줄이면 환경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처음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채식 급식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막상 실제 급식이 이뤄지고 난 이후엔 좋다는 의견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김서현 학생은 매플방에서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각종 작품을 만든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지목했다.
김양은 “장비를 통해 플라스틱을 분쇄하고 새 모양으로 사출하는 활동이 평소에는 잘 접하기 힘든 기회다 보니 더 재밌다”며 “머리빗, 스마트폰 거치대를 만들거나 화분을 만들어 작물을 키우다 보면 자원 재활용의 의미가 더 와닿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김양은 “조회 시간에 방송실에서 해양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해 주곤 하는데, 짧은 시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 기억에 남았다”고 부연했다.
2학년 김단아 학생은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상영하는 환경 관련 영상을 시청하는 것과 재활용품을 활용한 캠페인을 인상적인 교육과정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환경 보호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진을 찍는 전문 사진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김양은 “학교에서 생물 다양성의 날을 맞아 환경부가 제작한 영상을 상영했는데, 학생들이 쉽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인상 깊었다”며 “또 우리 학교는 분필을 쓰는데, 자투리 분필을 모아 분필 크레파스를 만들어 대형 지구 그림에 색을 입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돌이켰다.
이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관심이 높아졌다”며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보호가 필요한 곳곳을 사진으로 남기고, 가능하다면 그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어보는 게 꿈이 됐다”고 말했다.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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