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묶고 성장률 낮춘 한은, 정부 실정에 경고장 날린 것
한국은행이 22일 기준금리를 13개월 연속 연 3.5%로 동결하고,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2.5%에서 0.1%포인트 낮춘 2.4%로 제시했다. 수출은 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내수는 회복세가 더디다고 판단했다. 특히 민간소비 증가율을 지난 5월보다 0.4%포인트 낮춘 1.4%로 전망했고, 설비투자도 3.3%포인트 떨어진 0.2%로 낮춰 잡았다. 올해 취업자 증가 규모는 20만명으로, 기존(26만명)보다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부진이 한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라 할 수 있다.
한은의 발표는 정부의 경기인식과 판이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8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견조한 수출, 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이며,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한은뿐 아니라 “내수가 미약한 수준에 그치면서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될 것”이라며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경제기관들의 진단과 괴리가 크다.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바닥을 기는데 정부만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온 셈이다.
이창용 총재는 금리 동결 이유에 대해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은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가 수도권 집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고, 폭증한 가계부채 관리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내달 금리를 내릴 것이 확실시됨에도 한은이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그간 오락가락했던 정부의 부동산·금융 정책 탓이었던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금리 결정에 대해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내수 회복을 위해 내심 금리 인하를 바라던 속내를 드러낸 것인데, 그 자체가 통화당국에 대한 압력으로 비칠 수 있어 부적절하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든 정책 실패를 반성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정부는 한은의 금리 동결과 성장률 전망 하향에 담긴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내수 부진을 타개할 맞춤형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경제지표들이 경고음을 내는데도 ‘건전재정’에 집착해 정부가 재정 정책을 쓰지 않는 건 직무유기다. 이번 한은의 경제전망은 민생 회복에 얼마 남지 않은 골든타임에서 나온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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