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화두 띄운 이재명···민주, 공제 확대로 ‘중산층 세부담 완화’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상속세의 일괄 공제·배우자 공제 한도를 높여 중산층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는 그간 ‘부자 감세’를 비판하며 ‘조세 정의’를 강조해 온 민주당의 전통적 기조와는 차이가 있다. 최근 중도층을 겨냥한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이재명 대표에 발을 맞춰가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인 임광현 의원은 22일 상속세의 일괄공제액을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상속공제 최저한도 금액은 현행 5억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임 의원과 함께 정책위 상임부의장에 임명된 안도걸 의원도 일괄공제액과 배우자 상속공제액을 모두 7억500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른 부분 등을 감안했다”며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기준으로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정도까지는 어느 정도 (상속세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상속세’를 화두로 띄운 건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대표직 연임이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속세 세율 인하에 반대하지만, 상속세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 완화를 시사했다. 이 대표가 세제개편안을 주도해온 임 의원과 안 의원을 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2기 지도부에서 세제 개편 입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상속세 완화 필요성, 공제 한도 등에 대한 당내 의견을 모은 뒤 당론채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는 상속세도 손 댈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서울지역 집값이 많이 올라 과세 대상이 된 1가구 1주택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를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부가 대물림되는 것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배우자공제 한도를 올리는 것을 우선 검토하고, 일괄공제 (한도 상향)는 부가 세습되는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인 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시행 유예 또는 완화 입장을 밝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당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상태다. 진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대체적인 컨센서스는 (내년 1월에) 시행돼야 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서만 예외를 두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면서도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조세 저항’이 있으니 부분적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를 비롯해 한강벨트를 지역구로 둔 일부 의원들 중심으로 거론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필요성에 대해선 “추가적인 완화 검토는 안 해도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상속세 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데에선 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지만, 민주당이 정부의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현행 50%→40%)에는 ‘부자감세’라며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합의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는 일괄·배우자공제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자녀공제액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괄공제나 배우자공제를 늘리는 것이 중산층 세부담 완화에 더 효과적이라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정부의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방침에 대한 맞불 성격의 법안도 발의됐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기업의 최대 주주가 보유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해 주식 가치를 20% 높여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과 김영환 민주당 의원이 이날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국세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대 20% 범위에서 할증평가 비율을 가감할 수 있도록 해 최대 40%까지 할증 평가가 가능하도록 했다.
재계는 현재 50%에 이르는 상속세 최고세율에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실질 세율이 60%로 오르는 현행 제도를 두고 세 부담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할증평가 폐지를 담았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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