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의 세상현미경] 중국, 비뚤어진 한비자의 나라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교수 2024. 8. 2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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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교수

중국의 시진핑이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회의(3중전회)에서 중국 경제가 어렵다고 실토했다. 사실이다. 미국을 곧 제칠 것 같던 중국 경제에 큰 문제가 생겼다. 왜 이렇게 됐을까? 비뚤어진 통치 철학에 이유가 있다. 경제는 법 제도와 같은 정치환경에 영향을 받는데 통치 철학이 여기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은 수천 년 동안 유교와 법가 사상을 통치 이념으로 채택했다. 그러다 변화가 생겼다.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유교를 통치 이념에서 탈락시켰다. 중국 공산당을 설립한 마오쩌둥이 공자를 중국 발전의 적으로 지목하면서다. 그 결과 오늘날 중국의 통치 이념은 전국시대 한비자가 정립한 법가 사상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한비자는 죄가 없다. 이 사람의 생각을 비뚤게 적용한 공산당 통치자들에게 죄가 있다.

한비자는 국가 통치에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法) 술(術) 세(勢)다. 법이란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닌 공정한 법으로 국가를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법은 포괄적 의미에서 정책을 포함한다. 법을 잘 집행하기 위한 것이 술이다. 통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세는 위엄을 말한다. 국가와 위정자가 존경을 받기 위한 조건이다.

문제는 법가 사상을 위정자들이 비뚤게 운용할 때다. 법가 사상을 받아들여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가 된 진나라가 몰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황을 무시한 경직된 법과 정책의 남발, 통치자의 안위만을 위한 권모술수, 국민의 피폐함을 무시하고 주변 세력의 불만을 힘으로만 제압하려는 시도가 진나라를 붕괴시켰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 정부가 이 오류를 답습하고 있다. 불필요한 수준으로 경직된 법과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전례 없는 국가 봉쇄정책을 단행했다. 상하이, 지린, 창춘시처럼 경제파급력이 엄청난 대도시를 아무렇지 않게 봉쇄했다. 최근에는 반간첩법을 만들어 중국 국민과 외국인을 통제하고 있다. 느닷없이 스마트폰과 소지품을 뒤지며 간첩죄를 묻는 것이다.

한비자의 술(術)은 지혜로운 정치 기술이 아닌 국민을 속이기 위한 권모술수로 변했다. 통계 조작이 예다. 2023년 8월 중국 정부는 청년실업률이 치솟자 연령별 실업률 통계발표를 중단시켰다. 이후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률에 포함시키는 조작된 통계를 발표했다. 다른 나라에게도 권모술수를 쓰고 있다. 자신들이 쫓아낸 공자를 이용해 전 세계에 공자학원을 세워 스파이 행위를 했다. 일대일로 정책을 펴면서 가난한 나라에 돈을 빌려주고 그 나라의 기간산업과 광물자원을 빼앗고 있다. 외국기업에 중국 시장을 개방하는 척하다 기술을 탈취하고 내쫓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당했고 지금은 독일 기업들이 당하는 중이다.

위엄을 세우는 세(勢)에 대한 이해도 왜곡되었다. 국영기업은 흥하고 민영기업은 쇠해야 한다는 국진민퇴(國進民退)를 핑계로 민영기업의 총수를 함부로 제거하는 것을 국가 위엄을 세우는 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소국 대국 운운하며 주변국을 깔보고 대놓고 역사를 왜곡하며, 남중국해에서는 구단선이라는 금을 마음대로 그어 놓고 주변 국가의 영해를 침탈하는 것이 자신의 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 위정자들은 오로지 굴복 또는 복속만을 국민과 다른 나라에 강요하고 있다.

중국이 이런 나라임을 세계는 몰랐다. 중국의 경제가 G2에 이르자 시진핑이 본색을 드러내면서 알게 되었다. 그는 2012년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되면서 중국몽, 즉 G1을 국가발전 이념으로 제시했다. 중국을 이렇게 만들려면 자신이 강해져야 했다. 이를 위해 2018년 국가주석의 임기제한 조항을 철폐해 장기 집권의 길을 여는 술수를 썼다. 젊은 세대에게는 중국공산당, 국가, 그리고 중국 사회주의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라는 세뇌교육을 시키면서 자신의 홍위병을 양성했다.

이로써 시진핑은 법 술 세의 중심이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운운하면서 중국 경제체제가 우월하다고 선전했다. 이를 유지하는 데 쓰는 술수가 있다. 다른 나라의 물건은 중국에서 팔리지 않게 하면서 중국 물건은 다른 나라에 쏟아내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기술을 아무렇지 않게 훔치는 것은 기본이다. 세를 과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내적으로는 문제가 되는 인물을 그냥 제거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다른 나라를 늑대처럼 공격하는 것이다. 전랑외교라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행동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중국 기업에 개방했던 미국 시장을 축소하고 첨단기술의 중국 유입을 막았다. 해외기업들은 중국의 관치경제에 환멸을 느끼며 투자를 축소했다. 유럽은 머뭇거리고 있지만, 서서히 이런 추세로 이동 중이다. 대외 경제여건이 급격히 무너지자 중국 정부는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동산 시장을 부양시켰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막힌 돈줄은 중국 내 돈의 순환을 막으며 부동산 시장을 붕괴시켰다. 시진핑이 3중전회에서 중국 경제가 어렵다고 한 것이 이런 상황을 말한 것이다. 그 근원에는 자가당착적 통치 이념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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