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체계적 관리·연구로 고려인 삶 널리 알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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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스탈린(1878∼1953) 시절 많은 고려인이 박해를 받고 숙청을 당했어요. 유족들은 스탈린 사후 재심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섰죠. 이를 증명하는 문서를 통해 고려인들의 삶과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병학(59) 월곡고려인문화관 관장은 20일 문화관 2층에 전시된 황동훈(1903∼1938) 전 선봉신문 농업부장의 명예회복 증명서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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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소장품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김병학 월곡고려인문화관장
“소련 스탈린(1878∼1953) 시절 많은 고려인이 박해를 받고 숙청을 당했어요. 유족들은 스탈린 사후 재심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섰죠. 이를 증명하는 문서를 통해 고려인들의 삶과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병학(59) 월곡고려인문화관 관장은 20일 문화관 2층에 전시된 황동훈(1903∼1938) 전 선봉신문 농업부장의 명예회복 증명서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스탈린은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를 앞두고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은 고려인 숙청에 나섰다. 한국어로 제작하던 선봉신문도 탄압을 받아 부장급 이상 간부들은 모조리 체포됐고 황동훈만 한글 납활자를 챙겨 피신했다. 황동훈은 카자흐스탄에서 신문 복간을 시도하다 내무인민위원회에 체포돼 목숨을 잃었다. 유족들은 1961년 5월 카자흐스탄 군사재판소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1990년대 초 선봉신문 후신 고려일보 기자로 일했던 김 관장은 황동훈의 명예회복 증명서를 발굴해 고려인마을에 전시했다.
고려인문화관에서는 황동훈의 증명서 외에도 다양한 고려인 관련 희귀 자료를 볼 수 있었다. 고려인 2세대 극작가 한진(1931∼1993)이 1985년 쓴 희곡 ‘폭발’이 대표적이다. 남북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을 소재로 한 ‘폭발’은 고려인이 제작한 문학작품 중 유일하게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이다. 5·18 때 대학생 아들을 잃어버린 부모와 전두환 신군부의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청년, 월남전 참전 피해자 등이 등장해 군사독재 반대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내용이다. 김 관장은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 학살은 고려인들에게도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와 공동노력하기로 19일 업무협약
90년대 초부터 카자흐에서 모은
사진 4천여점, 증명서 1천여점 등
고려인 즐겨 부른 창가집 등은
4년 전 국가지정기록물 등재
광주 광산구는 온라인전시관 계획
한국에서는 ‘빨치산’으로 불리는 소련 ‘파르티잔’(민병대) 증명서도 전시하고 있다. 1931년 12월31일 교부한 증명서에는 서울 출신 오학태의 흑백 얼굴사진과 함께 그가 1921년 7월10일부터 이듬해 10월25일까지 나자렌코 민병대 소속으로 일본군과 싸웠다는 사실이 나와 있다.
전시관 벽에는 연해주 고려인 3대 가수로 꼽혔던 전순녀의 모스크바 음악학교 유학 시절, 고려인들이 즐겨 불렀던 가요의 가사를 담은 리 알렉산드르 창가집, 1991년 1월1일 ‘레닌기치’에서 지금의 제호로 바꾼 ‘고려일보’ 창간호 사진 등이 걸려 있었다.
2021년 5월 문을 연 월곡고려인문화관에는 이를 포함해 김 관장이 1990년대 초 카자흐스탄에서 한글교사, 고려일보 기자 등으로 일하며 모은 사진 4000여점, 증명서 1000여점, 육필원고(편지, 일기, 소설, 희곡 등) 500여점, 고려일보 등 신문 500매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한진의 희곡과 리 알렉산드르 창가집, 홍범도 장군이 수위장을 맡았던 고려극장 사진첩 등 23점은 2020년 1월 국가지정기록물로 등재되기도 했다.
고려인 역사자료의 가치는 충북 청주시에 있는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록유산센터도 알아봤다. 센터는 지난해 중앙아시아 유목민 기록물을 연구하던 중 고려인 자료가 고려인문화관에 다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센터 쪽의 제안으로 고려인문화관과 센터는 19일 업무협약을 맺고 고려인문화관이 보유한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광주 광산구도 유물 보존과 전시 확대를 위해 내년 9월까지 전체 유물의 디지털 자료를 만들고 온라인전시관을 개설할 계획이다.
김 관장은 “세계기록유산 등재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체계적인 관리와 연구를 통해 고려인들의 삶이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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