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0월 금리 인하 유력… "더 늦으면 심각한 경기 충격"
규제 강화책 영향 점검 후 결정
美는 9월 유력… 관건은 인하폭
한국은행이 22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첫 금리 인하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10월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 동결의 이유로 내세운 '집값과 가계부채' 불안이 빠르게 가라 앉지 않을 경우,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10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경우 내년 상반기 심각한 경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한다.
◇집값·가계부채 부담, '진퇴양난' 한은= 국내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분석 자체에는 시장에서도 이견이 많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인하 시점이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13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해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4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 7월 금통위 회의 때와 비교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금통위원 수가 2명에서 4명으로 크게 늘어난 셈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문에서 기존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한다는 문구에서 '충분히'를 삭제한 것은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 열어두는 표현이었다고 본다"며 "물가 둔화에 따른 실질금리 상승을 고려하면 이로 인해 내수 부진이 강화될 수 있어 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거시건전성 정책으로의 대응과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률(DSR) 도입 등의 영향을 점검한 이후 10월 금리 인하 단행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10월 인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과 맞물려 금융안정성이 크게 위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수 회복이 더디고 취약계층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실질금리의 추가적인 상승으로 인한 경기 제약 수준이 강화되는 것 역시 부담이므로 연내 1회 금리 인하 기대는 유효하다"면서도 "정부정책의 시차와 금리 인하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인하 시작 시점을 보수적으로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출 금리 인상과 9월 스트레스 DSR의 효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데 다음 금통위까지 6주 동안 이를 확인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며 "연내 인하는 유력하나 10월 인하를 장담하기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내년 경기 충격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상승 이슈로 금리인하가 생각보다 점진적으로 진행된다면 경기하강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며 "10월 인하 이후 11월 연속 인하를 하지 못하거나, 또는 10월에도 부동산 등의 이슈로 동결 정책을 펼치게 된다면 내년 상반기에 겪게 될 경기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美, 확실해진 9월 인하…'베이비컷'이냐 '빅컷'이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 한 가운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은 연내 금리 인하 폭에 쏠리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현재 채권시장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빅컷'(big cut), 즉 50bp(1bp=0.01%포인트) 인하 전망이다. 불과 이틀 전인 20일 미국증시 마감 시점만 해도 22.5%였던 50bp 인하 전망이 이날 장 마감 직후에는 36.5%로 10%포인트 이상 뛰어 올랐다.
장 중 39%까지 오르기도 했다. 25bp 인하 전망이 63.5%로 여전히 우세하나 더 큰 폭 인하를 기대하는 심리가 확산한 셈이다.
이날 발표된 7월 FOMC 의사록은 다음 달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키웠다.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들은 지표가 지속해서 예상대로 나온다면 다음 (9월17~18일)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고용시장이 뜨겁지 않았다는 당국의 공식 통계 수정발표가 나온 점도 50bp 인하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미 노동부는 이날 올해 3월 기준 연간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을 종전에 내놓았던 숫자에서 81만8000명을 줄여 수정 발표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의 일자리 증가 폭이 종전에 발표된 수치(290만명)보다 약 30% 낮았다는 의미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프리야 미스라는 "노동시장 악화가 위험이라면 금리를 더 빨리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겠다"며 "0.5%포인트씩 두 차례 내려서 금리 중립 구간으로 돌아온 후 인하 속도를 세밀하게 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9월 50bp 인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경제지표 전반의 둔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상존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7월에 인하 여건이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동결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금리인하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면서도 "추가 하락을 위해서는 고용시장의 추가적인 위축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봤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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