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각인된 두려움의 메커니즘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4. 8. 2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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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자신의 생명을 앗아갈지 모르는 육식동물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원시 시대의 인간.

"누구나 한 번쯤은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할 것이 불안해서 전날 밤부터 걱정하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거미나 뱀이나 바퀴벌레가 무섭고 징그러웠던 기분을 느껴봤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이런 두려움은 생존과는 밀접한 연관이 없다. 발표를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회사나 학교에서 당장 쫓겨나지 않고,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만 대부분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고, 독성이 있는 뱀은 위험하겠지만 도시에서 보이는 벌레나 거미는 우리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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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과학- 아라시 자반바크트 지음/한미선 옮김/예문아카이브/1만8000원

- 정신과 의사인 저자 과학적 접근
- 현대인의 두려움 ‘생존’ 보다는
- 학습에 연결돼 발현, 대처해야

언제 자신의 생명을 앗아갈지 모르는 육식동물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원시 시대의 인간.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할 것이 걱정돼 잠도 못 자고 불안해하는 현대의 인간. ‘시대가 다르다’는 표현으로는 담을 수 없을 만큼 까마득히 떨어진 존재이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같은 두려움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두려움은 늘 인간과 함께였다.

픽사베이


아라시 자반바크트의 ‘두려움의 과학’은 인간이 가진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그 두려움에 현대 사회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 웨인주립대학교 소속 ‘스트레스, 트라우마, 불안 연구 클리닉(STARC)’에서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불안장애·스트레스·트라우마 등에 집중하며, 응급의료종사자·난민·민간인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고 있다.

원시 시대 인류의 두려움은 생존과 직결됐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소리 없이 다가오는 포식동물을 만나면 두려움에 떨면서도 공격할 것인지 도주할 것인지 택해야 한다. 신체 반응이 빨라야 했다. 잡아먹히든, 잡아먹든 생사가 달라지니까. 두려움을 느끼고 대처하는 유전자는 그대로 이어졌으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두려움은 고대 인류와 좀 달라졌다. 원시 시대처럼 인간 생존에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건 아니다.

책에서 현대인의 두려움을 설명하는 구절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할 것이 불안해서 전날 밤부터 걱정하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거미나 뱀이나 바퀴벌레가 무섭고 징그러웠던 기분을 느껴봤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이런 두려움은 생존과는 밀접한 연관이 없다. 발표를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회사나 학교에서 당장 쫓겨나지 않고,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만 대부분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고, 독성이 있는 뱀은 위험하겠지만 도시에서 보이는 벌레나 거미는 우리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최근 ‘도시 어느 동네에 들개가 나타나 사람을 공격했다’는 보도가 기억난다.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많은 시민이 불안에 떨었으며, 들개와 마주친 사람은 생생한 두려움을 느꼈다. 이런 말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진땀이 흘렀다.” “깜짝 놀라서 심장이 철렁했다.”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 우리는 몸으로 두려움을 인식하고 그와 연관된 단어로 두려움을 표현한다.

그렇다면 두려움은 몸으로 인식하는 것일까? 우리가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낄 때, 먼저 뇌가 두려움을 인식한다. 그 두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몸의 반응을 끌어낸다.

원시 시대에는 두려움 반응이 생존에 무척 중요했다. 현대 사회에서 두려움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생존과 연결되기보다 학습과 기억에 연결된다.

이 책은 원시 시대부터 우리 몸에 각인된 두려움의 메커니즘을 알아보고, 두려움에 대처할 힘을 찾는다. 현대 인간에게는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되지 않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 두려움을 어떻게 치료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를 찾고자 한다. 또한 권력자 또는 정치·사회시스템은 대중이 가진 두려움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파악해 인간이 두려움에 빠지면 얼마나 편협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함께 파헤친다.


어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두려움과 불안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지 모른다. 두려움의 시작을 알고 나면 맞설 힘과 용기는 조금 더 생길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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