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차 배터리 폭발, 탄력적 안전규제 시급

2024. 8.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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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법제도연구단 연구위원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 문제는 순환경제 시대에 중요한 도전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가 증가하면서, 이는 단순히 전기차 확산의 부작용으로 보기에는 그 심각성이 크다. 특히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더불어 중대한 안전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전기차 등록수는 2017년 2만5108대에서 2023년 54만3900대로 급증했다. 전기차 화재 건수(1만대 당 건수)도 같은 기간 0건에서 1.3건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확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와 동반된 배터리 관련 안전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는 배터리 결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결함, 배선이나 커넥터의 결함, 그리고 급속 충전으로 인한 배터리 노화 등이 지목된다. 이러한 원인들은 제품과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각 경우에 따른 리스크 파악과 원인 분석이 필수적이다. 특히, 배터리 결함에서 비롯된 화재는 단시간 내에 대형화되며 유독성 화학물질을 유출시키는 등 심각한 안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분석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해외에서 전기차 화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체계적인 안전 규제, 그리고 실증 사업을 통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전성 지원 조치는 기술 발전과 시장 변화에 적응하며 안전 표준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조치들은 예방적 접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식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전기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독립적 기구인 보건안전청(HSE)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의 집행 및 행정을 위해 각 부처의 보건·안전 분야를 통합하고, 전용 배터리 안전실을 운영하며, HSE 과학연구센터에서 대규모 화재 및 폭발물 실험을 정기적으로 수행해 배터리 안전성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새로운 배터리 규정(Regulation 2023/1542)을 통해 배터리의 지속 가능성, 성능, 배터리 여권, 배터리 수명 주기 전반에 걸친 안전 요구사항 및 폐기물 관리를 광범위하게 규제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주도로 안전 실증 테스트 및 평가를 지원하며, 가정 제품과 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전기차 배터리의 전 주기 위험성 평가와 관리 체계 구축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배터리의 사용 후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안전성 검증체계는 도입되었으나, 전 주기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안전관리 체계의 구축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배터리의 제조부터 사용,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의 안전규제 대응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배터리 사고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소방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 내에서 배터리 화재 진압 기술의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며, 이를 통해 실제 환경에서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제품별, 사용 환경별 배터리 전 주기 위험성 평가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기반한 탄력적 규제 적용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진적 규제혁신의 전략적 접근은 단순히 리스크 관리를 넘어 배터리 기술의 지속적인 혁신과 전기차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정책 결정자와 산업계는 이러한 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탄력적이고 적응적인 규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의 리스크 분석을 바탕으로 안전 규제 체계를 조정함으로써, 전기차 배터리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시장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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