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안정·내수 회복, 한은만의 책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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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 가격 및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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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두 리스크에 대한 한은의 신중한 태도는 이해할 만하지만, 한편에선 내수 침체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집값·가계빚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내수를 진작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 가격 및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와 내수라는 변수보다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를 더 중요하게 봤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이자율을 급히 낮춘다든지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대 부동산 시장 불안의 큰 요인 중 하나가 과잉유동성이었다는 측면에서 이 총재의 발언은 수긍할 만한 것이다.
문제는 이 총재도 말한 것처럼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이후 6개월째 자영업자 수가 줄어드는 등 내수 부진이 깊어지면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국민들의 어려움도 커져가고 있다. 한은은 향후 여러 정책 변수들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금리 인하의 적절한 타이밍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경기 대응과 유동성 관리, 부동산 시장 안정은 통화당국인 한은만의 과제라고 할 수 없다. 재정·금융당국인 정부 역시 재정 정책과 대출 정책, 부동산 정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대출규제 실기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하고, 제대로 된 민생대책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이날 대통령실은 한은의 금리 동결에 대해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고유 권한인 금리정책에 대해 나선 것도 이례적이지만, 마치 현 상황에 정부는 아무 책임도 없다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도 부적절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그동안의 정책에 대해 반성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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