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핵운용 지침’ 개정, 한·미 소통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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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3월 극비 문서인 '핵운용지침'을 개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의 핵 능력에 맞서고, 북·중·러가 공조해 미국 등에 핵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처라 한다.
만약, 핵 관련 지침 변경이나 핵 자산 운용 등 중요 문제에 대한 결정이 예전처럼 미국이 알아서 하는 쪽으로 정리된 것이라면, 정부가 지금껏 국민들에게 해온 말들은 도대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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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3월 극비 문서인 ‘핵운용지침’을 개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의 핵 능력에 맞서고, 북·중·러가 공조해 미국 등에 핵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처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 이후 한-미 간 핵협의를 통해 미국의 확장억지(핵우산) 공약을 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런 중요한 변화와 관련해 양국 간에 긴밀한 정보 공유가 이뤄졌는지 불안하기만 하다. 정부는 호언장담해온 것처럼 핵 관련 한-미 소통이 원활히 진행 중인지 국민 앞에 솔직히 설명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중국의 빠른 핵무기 확장”과 “북·중·러의 있을지 모르는 ‘조율된 핵 위협’(coordinated nuclear challenges)에 대비하기 위해” 약 4년마다 개정하는 ‘핵무기 운용 지침’ 개정안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300기 안팎이던 중국의 핵탄두 수는 지난 6월 현재 500기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국방부는 이 숫자가 2020년대 말엔 1천기, 2035년에는 1500기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북·중·러의 ‘조율된 핵위협’이란 표현이다. 이 말대로 중·러는 2019년께부터 거의 매년 동해에서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를 동원한 연합훈련을 진행 중이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미국 역시 세 나라 ‘각각의 위협’이 아닌 ‘조율된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낀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만들어진 핵협의그룹(NCG)과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안보 분야 치적으로 내세워 왔다. 그렇다면, 이번 지침 개정과 관련해서도 한·미 당국 간에 수준 높은 사전 협의가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북핵 공격을 당해도) 핵전력으로 대응하는 것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13일 국회 발언 등에서 알 수 있듯 핵 사용과 관련한 미국의 중요 결정에 우리 견해를 반영할 여지는 여전히 매우 좁아 보인다. 만약, 핵 관련 지침 변경이나 핵 자산 운용 등 중요 문제에 대한 결정이 예전처럼 미국이 알아서 하는 쪽으로 정리된 것이라면, 정부가 지금껏 국민들에게 해온 말들은 도대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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