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잇] 문체부, 배드민턴협회장 '페이백' 의혹 조사

박수주 2024. 8. 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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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박수주 연합뉴스TV 스포츠문화부 기자>

[앵커]

파리 올림픽 직후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 선수의 작심 발언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에 나섰죠.

이런 가운데 협회장이 협회 돈으로 물품을 구매하면서 이른바 '페이백'을 받아 임의로 쓴 정황이 드러나 논란입니다.

문체부도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로 했는데요.

이 문제 단독으로 취재한 스포츠문화부 박수주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안녕하세요.

우선 배드민턴협회장의 '페이백' 의혹, 어떤 내용인지 짚어볼까요.

[기자]

네, 의혹의 발단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월 29일, 스포츠윤리센터에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건데요.

김택규 협회장이 협회 돈으로 배드민턴 물품을 일괄 구매하는 과정에서 물건값을 과도하게 책정해 구매한 뒤 이 가운데 일부를 현물로 받아 임의로 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른바 '페이백'이죠.

예를 들어 10개를 1만원에 산다고 계약해놓고 7개만 받고 나머지 3개를 따로 받는 식인 겁니다.

이렇게 페이백을 받고 난 뒤 자신의 선거용이나 소위 측근을 챙기는 식으로 부정하게 썼다는 게 신고 내용이었는데요.

여기에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 더 있었습니다.

바로 협회 이사 4명이 제출한 '사실확인서'인데요.

김택규 협회장이 2월 8일 90차 이사회에서 '후원사 요넥스로부터 셔틀콕 구매대금의 30% 상당의 현물을 페이백 취지로 받은 바 있다'는 발언을 직접 들었다고 서명한 겁니다.

[앵커]

협회 이사들이 직접 협회장을 신고한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사들이 협회장의 횡령·배임이 의심된다고 신고한 건데요.

지난주 월요일에 처음 이 정보를 입수한 뒤 사실확인서에 기재된 이사들을 수소문해 직접 통화해봤더니, 실제 현직 이사들이 맞았습니다.

이사들에게 김택규 협회장의 페이백 발언이 나온 전후 상황을 물어봤는데요.

작년 말부터 협회 내부에서 김 회장이 상당히 많은 양의 셔틀콕을 지역에 뿌리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일부 시도협회장은 다가오는 차기 협회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하는데요.

그러면서 이사회 때 공식적으로 질의가 나왔고, 김 회장이 '페이백을 받았다'고 발언하면서 이사회에서는 문제를 지적하는 이사들과 협회장 사이의 언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사들은 협회에 페이백 셔틀콕을 어디에 얼마나 배분했는지 장부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앵커]

전체 구매대금의 30%면 상당한 양 아닙니까?

[기자]

네, 요넥스는 2019년부터 협회와 후원 협약을 맺었고, 지난해 2027년까지 4년을 더 연장했습니다.

정확한 협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4년을 더 연장하면서 협약 규모가 60% 정도 늘어난 걸로 알려졌는데요.

각종 대회용 셔틀콕은 협회가 요넥스에서 따로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협회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서 협회 이사들조차 정확한 계약 규모를 모르고 있었는데요.

셔틀콕은 12개가 들어있는 1통을 1타라고 부릅니다.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장 비싼 게 엘리트 대회용으로 요넥스 공식 소비자가가 1타에 4만 6천원입니다.

이사들 주장에 따르면 김택규 협회장은 보통 적게는 50타에서 많게는 1천타를 나눠줬다고 하는데요.

사진을 하나 준비했는데요.

이건 재작년 말 모 지역에 김택규 협회장이 자기 이름으로 셔틀콕 1천타를 기부하는 사진입니다.

이러면서 협회 내부에서 의심이 커진 건데요.

협회가 페이백 셔틀콕의 모델과 수량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산출은 어렵지만, 엘리트 대회용을 기준으로 하면 금액이 수억이 넘어가는 걸로 추산되는 상황입니다.

이사들 역시 김 회장이 처음에는 수량이 얼마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들은 얘기로 더하기만 해도 몇천타가 넘어가는 상황이어서 횡령 아니냐,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 A 대한배드민턴협회 이사 > "처음에는 김택규 회장님이 '양이 너무 적어서 이거 누구누구 주고 이럴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뭐 몇천 타(통)가 되는 거예요, 계산해 보니까. 이건 횡령이나 이거 무슨 잘못된 거다…."

[앵커]

실제 페이백 받은 셔틀콕을 어떻게 나눠줬는지도 확인했죠?

[기자]

네, 협회에서 지난해 페이백 후원 물품 배분 내역을 받아봤는데요.

바로 이 A4 용지 1장짜리 문서입니다.

제 예상과는 조금 달랐는데요.

보시면 품명, 출고 수량, 수령자만 기재돼있고 물품도 티셔츠, 자켓, 가방 같은 것들은 품목별로 나뉘어있는 게 아니라 서로 혼재돼있습니다.

전체 입고 수량이 얼마이고 출고된 게 전체의 얼마 정도 되는지, 잔여 수량이 얼마인지 이런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고, 배분 시기 역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협회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여기 나와 있는 게 전부"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자료요구를 하니까 급하게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는데요.

그래서 일일이 계산해 지역별로 나눠봤습니다.

물품이 전부 5,768개이고, 문제가 된 셔틀콕이 얼추 5,400개 정도로 추정됩니다.

지역별로 따지면 17개 시도 가운데 10곳에 물품이 돌아갔는데, 수건 3장 받은 지역까지 포함해 10곳입니다.

지역별로 따지면 충남이 33.5% 정도로 가장 많이 가져갔고, 그다음이 전남이 15.6%, 경북 11.3%, 전북 8.6% 등의 순으로 셔틀콕과 물품이 돌아갔는데요.

문제는 충남은 김택규 협회장의 출신 지역이고, 전남·전북은 협회 내에서 소위 김택규 회장의 오른팔·왼팔로 불린다고 합니다.

이 세 지역에 약 60%가 집중된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실제 전남배드민턴협회장은 협회 감사를 맡으면서 이번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가 내부 반발을 산 인물이기도 합니다.

협회장이 협회 물품을 자기 입맛대로 나눠줬다는 게 이사들의 주장이었는데요.

김 회장과 협회는 배분 기준에 대해 아직까지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협회가 거짓말을 한 정황도 확인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확히 페이백 셔틀콕과 관련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월 이사회 회의록 자료를 요구했는데요.

협회는 속기록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회의 결과 위주의 '초록' 형태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달 초 협회가 임원들의 비즈니스 항공권 논란이 됐을 때 낸 보도자료에 첨부한 재작년 2월 85차 이사회에는 속기록이 포함돼있었습니다.

이 속기록에는 김택규 협회장이 '회장단도 이코노미석을 타야 한다', 모 이사가 '회장님도 이코노미 타실 거냐' 묻는 말에 '그렇다, 비상구 옆에 타고 간다' 말하기도 하고, 이사들에게 '사적으로 보지 말고 공적으로 봐야지 이래서 협회 발전이 되겠느냐' 질타하기도 합니다.

발언만 놓고 보면 김택규 협회장에게 문제 될 게 없는 내용인데요.

또 협회가 제공한 재작년 10월 87차 이사회 회의록 전문에도 역시 속기록이 들어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없다던 이사회 속기록이 생겨난 상황인데요.

게다가 이사들 역시 이 속기록을 요구했었는데, 그때 협회 직원들이 "회장님 결재받아 보내드리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없는 속기록을 회장님 결재받아 보낼 수는 없을 텐데, 거짓말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문체부도 이 문제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죠?

[기자]

네, 문체부는 협회의 페이백 의혹과 관련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입니다.

배드민턴협회는 올해 기준으로 문체부로부터 보조금 71억 2천만원을 받고 있는데요.

문체부에 확인해봤더니, 후원 협약서와 셔틀콕 구매 계약서 등 관련 자료 확인 절차에 이미 들어갔습니다.

현재로서는 협회가 제출한 자료들을 토대로 확인하고 있는데, '이면 계약서'일 경우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문체부는 필요한 경우 관계자들을 불러 이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앵커]

안세영 선수의 발언과 관련한 협회 자체 진상조사는 중단됐다고요?

[기자]

네, 협회는 지난주 금요일, 16일이죠.

자체 진상조사위를 발족하고 김학균 국가대표팀 감독 등 지도자와 트레이너를 불러 1차 조사를 벌였는데요.

협회 정관상 위원회를 구성하려면 이사회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긴급한 상황'이라는 예외 조항을 이용해 이사회 의결 없이, 또 위원들이 누군지 공개하지 않은 채 조사부터 착수했습니다.

그러자 문체부가 바로 당일 절차 위반이라며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 다시 조사위를 꾸리라고 '권고'했는데요.

협회는 '권고'니까 참고만 하면 된다면서 안세영 선수에게 이번 주 화요일과 목요일 면담 날짜를 제안하는 등 예정대로 2차 조사를 진행하려 했습니다.

결국 문체부가 월요일(19일)에 곧바로 '절차상 하자의 치유 없이는 조사를 진행하지 말라'고 시정명령을 내려 조사는 중단됐습니다.

당초 협회의 안세영 선수 면담은 안세영 선수가 '거부했다'고 알려졌었는데요.

그런데 확인해보니 안세영 선수는 이미 협회가 제안한 두 날짜에 다른 일정이 잡혀있어서 맞추기가 불가능했고, 또 문체부가 조사를 중단하라고 한 상황이라서 좀 혼란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날짜를 다시 조율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사 거부'라고 알려져서 안세영 선수도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안세영 선수는 오늘(22일) 국회에 갔다고요?

[기자]

네, 오늘 오후 2시 반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습니다.

민주당 문체위 위원들이 그제(20일) 김택규 협회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가진 뒤 안세영 선수를 만나는 차례였는데요.

제가 지난 월요일에 문체위 야당 간사 임오경 의원실에 비공개 면담 취지를 확인한 바로는 오는 26일 문체위 전체 회의를 앞두고 "이슈가 불거졌으니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차원"이라고 했는데요.

오늘 안세영 선수 면담 자체는 30분 남짓으로 짧게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길지는 않은 시간이어서 깊은 이야기가 오가긴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일단 국회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아무래도 협회 행정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참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스포츠문화부 박수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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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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