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증시 뜨거운 맛 봤지만...“아직 금리 인상 여력 있다”

채제우 기자 2024. 8. 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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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호시 다케오 도쿄대 교수 “물가만 안정되면 추가 금리 인상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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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제공

지난 5일 일본은 역대급 ‘주가 대폭락’ 사태를 맞았다. 이날 닛케이평균은 하루 만에 12.4% 폭락했다. 이날 하락 폭은 1987년 10월 발생한 세계 증시 폭락 사태인 ‘블랙먼데이’를 뛰어 넘어 가장 컸다. 이런 강펀치를 날린 주범으로는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와 함께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지목됐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종전 0~0.1%에서 0.25%로 올렸는데, 이를 계기로 증시가 폭락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것이다. 일본은행이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섣불리 금리 인상을 하는 바람에 후폭풍이 컸고, 일본은행은 앞으로 ‘금리 인상’이란 카드를 쓰기 더 어려워졌다는 관전평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결이 다른 주장을 하는 전문가가 있다. 일본 통화·재정 정책의 최고 전문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호시 다케오(星岳雄) 도쿄대 교수는 지난 14일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이 앞으로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호시 교수는 2012~2019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재무학을 가르쳤고, 현재 도쿄대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日, 금리 인상할 여력 충분”

-이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일본 증시의 ‘진동’이 컸다. 일본은행이 또 금리 인상을 하면 엔화 가치가 오르고 수출 기업 실적이 악화해 일본 증시에도 부정적일 것이란 우려가 큰데,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 증시가 근래 좋은 모습을 보였던 건 단순히 ‘엔화 약세’ 현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일본 주식시장의 수익률을 봐라. 그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엔화의 가치 상승이 시장에서 우려하는 만큼 큰 악재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는 뜻인가.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2% 내외의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면, 그럴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일본의 중립금리도 1% 정도라고 판단한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자금의 공급과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가리킨다. 실질금리가 이 중립금리보다 높으면 긴축적, 낮으면 완화적으로 평가한다.) 물가 동향에 따라 금리를 더 올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금리 인상, 통화정책 정상화로 봐야”

-최근 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떨어지자, 일본은행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왜 금리를 높인 건가.

“올해 3월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폐지하고, -0.1%였던 기준금리를 0~0.1%로 끌어올렸다. 그간 초완화 정책에서 벗어나 통화정책 ‘정상화’를 목표로 금리 인상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시장에선 언젠가 일본은행이 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게다가 지난 6월 (일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앞으로 국채 매입액을 유지하지 않고 줄여나가는 ‘양적 긴축’ 전환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은행은 꾸준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전환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고, 이번 금리 인상도 (갑작스럽다기보다) 그런 기조의 일환이라고 이해한다.”

-일본은행이 시장 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은데.

“일본은행은 통화정책의 기조를 일관적으로 잘 전달해왔다고 생각한다. 일본은행은 지난 6월에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금리 인상이 상대적으로 빨리 이뤄진 측면이 있지만, 이번 금리 인상은 전반적으로 시장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본다. 이번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사람들이 일본 경제에 금리 인상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견해가 달라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금리 인상이 큰 악재라고 생각한 이들로 인해) 주식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였지만, 지금은 다시 적정 수준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日, ‘잃어버린 30년’ 벗어나나

-이번 금리 인상을 두고,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났다는 해석도 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 경제는 더 이상 수요 부족과 경기 침체 압력에 시달리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일본은행도 더 이상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일 만큼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고, 금리 인상을 추진한 것이다.”

-일본은행의 역할에 대해 평가하자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2013년 공동 성명을 기점으로 일본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협력해왔다고 평가한다. 현재 일본은 적어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일본은행은 절반쯤 성공했다. 하지만 정부의 구조 개혁은 불충분했다. 현재 재정 상황은 2013년 당시보다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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