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위 먹구름 끼나...성소수자 마케팅 위축되는 까닭은

채제우 기자 2024. 8. 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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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섣부른 마케팅에 역효과 생기고, 미국 대선전에서 진보와 보수 이슈 격돌에 위축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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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틀스 홈페이지 미국 마스(Mars)사의 젤리 과자인 스키틀즈 중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담은 포장. 이 제품을 하나 사면 1달러가 GLAAD(미디어에서 성소수자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하는 비영리단체)에 후원된다.

무지개 위에 먹구름이 끼려는가. 한때 무지개색을 상징으로 하는 성소수자(LGBTQ+) 마케팅에 열을 올렸던 글로벌 기업들이 올해는 성소수자 마케팅 캠페인의 범위를 줄이거나 소셜미디어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지 않는 등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소수자 친화적 이미지를 강조하다가 되레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과 같은 쓴맛을 본 기업들이 성소수자 마케팅에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오랫동안 (성소수자 친화적이란) 사회적 이슈를 통해 이익을 추구해 온 기업들이 올해는 성소수자 마케팅을 축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를 질책하는 듯하다”고 했다. 더구나 올해 미국 대선의 해를 맞아 ‘진보’와 ‘보수’ 양측에서 성소수자 이슈를 두고 격돌하는 양상이라 성소수자들이 소비·창출하는 ‘핑크 머니’의 행방도 기로에 놓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타벅스 홈페이지 화면 캡쳐

◇‘버드라이트’와 ‘타깃’이 불러온 후폭풍

최근까지도 유명 브랜드들은 매해 6월(프라이드 먼스)마다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자사 로고나 제품을 무지개색으로 물들이고 관련 제품을 쏟아냈다. 뉴욕의 메이시스, 블루밍데일스 등과 같은 백화점 쇼윈도엔 무지개색 콘셉트인 제품이 전시됐고, 뉴욕의 JW매리엇 호텔도 무지개색 깃발을 내걸었으며, 심지어 뉴욕 경찰(NYPD)도 성소수자 행진을 앞두고 경찰차를 무지개색으로 꾸몄다.

그러나 여기에 일련의 사건들이 제동을 건 분위기다. 미국을 상징하는 맥주 브랜드로 통하는 버드라이트는 2001년부터 20년 넘게 미국 시장 판매량 부동의 1위를 지키다가 한순간에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이자 트랜스젠더인 딜런 멀베이니(Mulvaney)와 협업한 게 화근이었다. 지난해 3월 멀베이니 얼굴이 그려진 캔맥주까지 특별 제작하는 등 광고에 나서자, 보수 성향 충성 고객들이 버드라이트 맥주 캔에 총을 난사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등 불매운동에 나섰다.

대형 유통 업체 ‘타깃(Target)’도 비슷한 경우다. 지난해 6월 프라이드 먼스를 앞두고 악마 숭배 논란이 있는 성소수자 디자이너의 제품 등을 팔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 고객은 타깃 매장의 진열대를 부수고 매장 직원을 위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래픽=김의균

이에 올해는 기업들이 성소수자 마케팅에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타깃은 성소수자 상품 판매를 기존의 절반으로 제한하겠다고 했고, 나이키는 올해 프라이드 컬렉션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AP는 “성소수자 마케팅이 예년에 비해 축소됐고, 일부 체인점에선 아예 성소수자 마케팅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정치 바람에 ‘핑크 머니’도 격랑

이처럼 성소수자 마케팅이 기로에 놓인 건 성소수자 이슈가 미국 대선으로 다시 불붙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성 정체성 논란이 있는 선수 두 명이 여자 복싱에서 금메달을 딴 데 대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가진 유세 연설에서 “미친 짓(crazy)”이라며 “(그들이 여성 선수와 대결하는 건) 여성을 너무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당시엔 성전환 학생들이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연방정부 지침을 폐기한다는 공문을 뿌려, 성소수자 인권 보호에 역행하는 행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트럼프의 행보는 맥주 캔에 성소수자 얼굴이 장식되고, 학교에 성소수자 화장실이 마련되는 것과 같은 일련의 변화가 불편했던 미국 보수 계층의 지지 결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은 트럼프와 정반대란 평가다. 해리스는 일찌감치 동성 결혼을 지지했다. 올해 3월 해리스는 “트랜스젠더를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핑크 물결은 이어진다

성소수자 마케팅 등의 여파로 올해 성소수자 마케팅은 다소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성소수자 시장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음지(陰地)에 주로 머물던 성소수자가 차츰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전체 성소수자 인구가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올해 6월 30일 미국에서 가장 큰 성소수자 축제인 ‘뉴욕 프라이드 행진’엔 동참한 사람만 2만5000여 명이었고, 관람객도 약 250만명 모였다고 주최 측은 추산했다. 이렇게 세가 불다 보니 성소수자 구매 파워도 점점 오른다. 세계 최초 성소수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LGBT캐피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LGBTQ+ 인구는 미국 인구보다 많은 3억8800만명으로, 4조7000억달러(약 6278조원) 수준의 구매력을 가진 것으로 추산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성소수자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성소수자 시장 확대는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성소수자 인구가 7520만명 정도(LGBT 캐피털 추산)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에선 ‘핑크 위안’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 성소수자를 위한 데이트 앱이나 모바일 게임 등도 나와 있다. 영국 가디언은 중국 성소수자 시장을 두고 “중국의 핑크 경제는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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