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 한동훈 체제 한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체제가 23일로 한 달을 맞는다. 당내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민생을 앞세웠지만, 당심·민심이 요구한 정부·여당의 변화와 혁신을 체감하기엔 미흡한 한 달이었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폭주와 난맥상에도 입을 다물고,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안 발의 약속은 차일피일 미뤘다. 이런 정도를 한 대표가 전대에서 밝힌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으로 여길 이는 없을 것이다. 한동훈 여당은 존재감도, ‘민심을 따르는’ 약속 실천도 미흡했던 한 달을 성찰하고 변화를 위한 거울로 삼아야 한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검찰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무혐의 처분에 “법리에 맞게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명품백 수수에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밝히고, 지난달 검찰의 김 여사 비공개 출장조사에 “국민 눈높이를 더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비판한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울 정도다. 대통령실을 둘러싸고 불거진 국정 현안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냈다고 할 수 없다. 이래서는 ‘용산 출장소’ 비판을 받은 전임 김기현 체제와 뭐가 다른지 알 수 없다.
한 대표는 뉴라이트 의혹을 받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 국민적 상식과 어긋난 역사 인식 논란에서 비켜서 있었다. 광복절 경축사의 “검은 선동 세력” 등 윤 대통령의 국민 갈라치기 발언이나, ‘극우·반노동’으로 비판받아온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도 줄곧 침묵했다. 한 대표가 전대에서 내건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안 약속은 ‘제보공작 포함’, 야당의 ‘탄핵청문회 중단’ 등 이런저런 조건을 달며 문턱을 계속 높였다. 전력요금 감면 추진, 당내 격차해소특위 구성 등 민생 문제를 풀려는 행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국회 다수인 야당과의 협치와 그 전제인 정부·여당의 변화 없이는 민생에서 성과를 내기도 어려움을 한 대표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한 대표는 좌고우면해온 여당의 지난 한 달을 성찰해야 한다. 다수인 친윤계에 둘러싸여 있고, 용산의 견제를 받는 고충은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그럴수록 선명하게 민심·민생의 깃발을 들고 윤석열 정권의 변화를 이끌어야 활로가 생긴다. 19일 당 상임고문단 오찬에서 원로들이 “한다르크가 돼 달라”고 한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국정 동력을 상실할 만큼 국민 불신을 받는 정부·여당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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