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출석 거부→문체부 중단 명령' 배드민턴협회, 진상 조사 멈춘다

맹봉주 기자 2024. 8. 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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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성에 대한 언급이 끊이지 않았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진상조사위원회가 결국 조사를 멈춘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문제점들을 폭로한 안세영이 출석을 거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더 조사할 명분과 힘을 잃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대한배드민턴협회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를 멈춘다.

해체나 종료는 아닌 잠정 중단이지만 언제 재개될지 기약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진상조사위 활동을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영향이 컸다.

앞서 문체부는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이사회 의결 없이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며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 획득 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작심 비판한 안세영 역시 진상조사위원회를 신뢰할 수 없어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팬 여론도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진상조사위원회를 불신했다.

결국 현재 문체부가 진행 중인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에 눈길이 간다. 문체부는 지난 12일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안세영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들을 중점적으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조사할 계획이다.

▲ 공정성에 대한 언급이 끊이지 않았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진상조사위원회가 결국 조사를 멈춘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문제점들을 폭로한 안세영이 출석을 거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더 조사할 명분과 힘을 잃었다. ⓒ 연합뉴스

이 조사는 문체부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 규칙에 따른 사무 검사와 보조금 관리 법류에 따른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의 법적 성격을 지닌다. 2024년 기준 문체부는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보조금 71억 2,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체부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미흡한 부상 관리,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위 파악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제도 관련 문제,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다"고 알렸다.

이어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공정성 및 훈련과 대회 출전 지원의 효율성, 협회의 후원 계약 방식이 협회와 선수 사이에서 균형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 배드민턴 종목에 있는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제도의 합리성, 선수의 연봉 체계에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를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장은 문체부 이정우 체육국장이 맡는다. 문체부 직원들과 산하 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 등 10명 이상이 조사단에 포함됐다.

▲ 공정성에 대한 언급이 끊이지 않았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진상조사위원회가 결국 조사를 멈춘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문제점들을 폭로한 안세영이 출석을 거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더 조사할 명분과 힘을 잃었다. ⓒ 연합뉴스

이정우 국장은 "안세영뿐 아니라 우리 선수라면 누구든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선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문체부와 체육단체가 지녀야 할 당연한 자세다. 이번 조사의 근본적인 질문은 '협회가 선수를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이다"라고 강조했다.

안세영은 22일 서울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선수단 격려 만찬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이목이 쏠린다.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금메달을 딴 이후 안세영은 거침없이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7년 동안 정말 많은 걸 참고 살았다. 이 목표를 위해 억누르면서 말이다. 조심스럽지만 이야기는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한마디만 더 하면, 내가 올림픽에 우승하고 싶고 악착 같이 달렸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내 목소리에 힘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며 억눌린 아픔을 토로했다.

또 "내가 생각하기에 배드민턴은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르고 선수들 자격이 박탈되면 안 된다. 우리 협회는 너무 모든 걸 다 막고 있는 거 같다. 또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한다. 배드민턴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하나밖에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선 돌아봐야 되지 않나 싶다"고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를 지적했다.

▲ 공정성에 대한 언급이 끊이지 않았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진상조사위원회가 결국 조사를 멈춘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문제점들을 폭로한 안세영이 출석을 거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더 조사할 명분과 힘을 잃었다. ⓒ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부상 대처였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안세영은 무릎을 다쳤다. 파리 올림픽 직전엔 발목 부상까지 입었다.

하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대응은 안일했다. 안세영은 "내 부상은 생각보다 낫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처음 오진이 났을 때부터 참아오면서 경기했다. 지난해말에 다시 검사해 보니 많이 안 좋더라.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고 참고 가야 되는 상황이었다. 옆에서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 16일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대한배드민턴협회를 꼬집었다. "매순간 '아니다, 나쁘다, 틀렸다'가 아니라 이런 부분들이 바뀌어야 다 함께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줄이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되어 주시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며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 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있다.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한다.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고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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