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칼럼] 안세영이 쏘아올린 `작은 공`

2024. 8. 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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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하늘이 점지해 주는 자만이 가능하다'는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우승자 안세영은 '시대와의 불화'를 상징한다. 그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 상식과 공감이다.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왔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되어 주시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다.

둘째, 자신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역할의 충실이다. "싸우려는 게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안세영은 말한다. 선수는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고, 협회는 지원과 뒷받침이 핵심이다.

셋째, 현장과 실천의 중요성이다.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협회가 변화의 키를 갖고 있다.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한다"는 말은 행동을 뜻한다.

넷째, 정당한 인정과 대우다. "모든 선수를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 아닌가! 차별이 아니라 동기 부여다"는 MZ세대의 공정 인식이다.

어른들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표현 방식이 서투르고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너 나이 몇이야'의 꼰대 문화다.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하고, "여태까지 아무도 문제를 제기한 적 없다"는 말도 그렇다. 그들은 협회와 지도자의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국가대표 자격 정지는 물론 개인 광고출연은 불가하고 고교 졸업 후 7년 간 계약금은 1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비인기 종목'이라며 대표 선수를 앞세워 살림 비용을 마련하는 '빨대 시스템'이 근본 이유다. 우리나라 최대의 축구협회보다 많은 40명의 임원을 뒀지만 그들은 기부금을 내지 않는다.

양궁과 엇갈린다. 양궁은 '국제대회보다 더 피 말리는 경쟁'을 통해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선발이 없는 상식적 운영원칙 시스템이다. 세계 최고의 경기력과 경쟁력은 당연한 결과다. 비전과 목적이 분명하니 새로운 시각과 혁신전략은 이어진다. 존재의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양궁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라는 궁극의 고민은 클래스가 다르다.

'시대와의 불화' 안세영은 시대를 역행하는 '닫힌 권력'의 정치 리더십과 겹쳐진다. 공감은 없고 상식적이지도 않으며, 자신의 미션이 무엇인지 모르는 리더십이다.

대통령은 '보수조차 이해 못하는' 비상식적 극우 인사를 중용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믿는다. 사이비 지식인과 가짜 뉴스 척결이 중요하며 국가 총력전 태세를 강조한다. '80년대식 공안검사 마인드'로 민심에 맞서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고 의심된다. 오랜 친구조차 "대통령 주위에 이상한 역사의식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의문을 가진다"며 "점점 극단으로 가서 방어기제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우려한다.

거대 야당은 사당화를 넘어 '이재명 유일체제'를 완성한다. '이재명 아부대회'로 "조폭들이 모여서 으? 으?"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들은 '정봉주 수직하강과 전현희 약진'을 시대정신이라 칭하고, 친명(親明)의 최고위원 석권을 국민 뜻이며 집단지성으로 부른다.

시대정신에 무감각해진 비주류로 전락하며 '수구'로 쪼그라든 무능한 보수는 위기 대응을 위해 불확실성의 리더십을 택했다. 소수 여당의 소수파로서 '국민 눈높이' 공감 확대를 실현할지 걱정인 상황이다. "말싸움은 능한데 고민은 없어 보여 내공이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소수 여당을 넘어 대안 보수의 플랫폼으로 보수 대연합의 빅텐트를 향한 희생과 기여의 역할을 이해할까 싶다.

안세영은 "배드민턴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극복했다.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두렵지만 나서게 되었다"고 한다. 시민들이 '안세영의 용기'를 내려고 하는데 정치 리더십만 '변한 세상'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발밑 말고 고개 들어 별을 보는 리더십이자 변화와 도전의 상상력 가득한 정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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