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건희 특검’ 당위성만 키운 검찰의 디올백 무혐의 처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건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수사 결과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공직자가 인지 즉시 신고하도록 한 청탁금지법 조항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이 총장이 약속한 ‘성역 없는 수사’ ‘엄정한 수사’의 결과물이 고작 이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결론은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대통령 부인이 얼마든 명품 선물을 받아도 된다는 국민권익위원회 결정 취지와 같다. 그 자체가 국민 상식을 우롱하는 것이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검찰 판단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는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김 여사에게 180만원 상당의 샤넬 향수와 화장품, 40만원짜리 위스키,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선물했다. 그 전후로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 사후 국립묘지 안장과 국정자문위원 임명, 통일TV 송출 재개 등을 청탁했다는 게 최 목사 주장이다.
최 목사가 청탁했다는 건은 공무원 직무와 관련된 것이고, 대통령 업무는 국정 전반에 걸쳐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 청탁금지법은 물론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포괄적 뇌물 혐의 적용까지 검토할 만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도 검찰은 직무 관련성을 좁게 해석해 면죄부를 줬다.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면 윤 대통령의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 이행 여부 등을 수사하지 않을 수 없으니 그리 한 것 아닌가.
이 수사는 ‘살아 있는 권력’에 납작 엎드린 현 정부 검찰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 건이 검찰에 고발된 게 지난해 12월이다.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미적거리다 지난 5월 이 총장이 ‘신속·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수사 지휘라인을 물갈이했고, 친윤 이창수 지검장 체제의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청 밖으로 나가 굴욕적인 출장 조사를 했다. 외관의 공정성이나 국민 눈높이는 안중에 없는 태도다. 그러면서 야당 대표 부인은 선거 때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고 기소하고, 전직 대통령 부부도 탈탈 털어 수사 중이다. 검찰이 이러고도 공익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나.
어떻게 해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건을 가장 오해받게 수사해 뻔한 결론을 내렸으니 누가 그걸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검찰의 ‘혐의 없음’ 처분으로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건이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검찰이 ‘김건희 특검’ 도입의 당위성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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