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레트로 갬성’으로 통조림을 먹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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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젠지(Gen Z)’의 간택을 받으면 이미지 변신은 식은 죽 먹기다. 서구권에선 전쟁 터져야 먹는 음식 정도로 여겨지던 통조림이 Z세대 사이 유행을 타고 부활하고 있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다양한 생선 통조림을 먹는 영상이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창고 속 비상식량이 팬데믹 핵심 식재료로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생선 통조림이 조류(潮流)를 거슬러 헤엄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난(hardship)의 음식이었던 통조림이 다시 부엌에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선 통조림이 명절 선물세트로 쓰일 정도로 여전히 귀하지만, 서구권에서 통조림은 ‘질 낮은 전투식량’ 정도 이미지였다. 애초에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때 식량 보급을 위해 발명됐고, 이후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이런 인식이 굳어졌다. 특히 미국에서 통조림 식품은 주로 질이 낮고 맛없는 ‘빈민층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천대받던 통조림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록다운(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통조림 식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AP는 “통조림 유행은 미국인들이 (보관이 용이한) 필수 식품을 찾게 되면서 시작됐다”며 “팬데믹 때문에 비롯된 추세”라고 했다. 실제 팬데믹 기간 미국 내 해산물 통조림 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시장조사 기관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2018년 23억달러(약 3조1000억원)이던 해산물 통조림 산업 매출은 지난해 27억달러(약 3조6000억원)로 늘었다. 전 세계 생선 통조림 시장 규모 역시 코로나를 거치며 2022년 95억달러에서 올해 104억달러로 뛰었다.
◇레트로 유행 타고 Z세대 취향 저격
더구나 통조림은 Z세대 눈에 들며 단숨에 ‘힙한 음식’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음식을 먹는 호기심에다 개성 있고 레트로(복고)한 감성까지 느껴지는 통조림에 젊은 세대가 반한 것이다. 금속 캔에 각양각색의 복고풍 일러스트가 들어간 모습은 이들의 ‘레트로’ 취향까지 저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제 맥주캔의 예술적 포장과 유사한 캔 디자인이 (통조림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고 했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갖가지 통조림을 ‘언박싱(unboxing·상품을 꺼내는 것)’하는 영상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스팸 통조림을 먹는 영상은 틱톡에서만 3억3000만개 이상 업로드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은 보존 식품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벗겨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유행에 탑승해 화려한 일러스트로 장식된 고급 통조림 소비도 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미국 통조림 회사 ‘피시와이프’는 스페인 인근 칸타브리아해에서 잡힌 멸치, 태평양 북서부에서 잡은 다랑어와 스페인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이용해 만든 고품질 통조림을 판다. 통상 생선 통조림 한 통 가격이 3~4달러 안팎인 반면, 이 회사 제품은 최대 10.99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복판에는 포르투갈산 생선 통조림 30종을 판매하는 가게가 문을 열기도 했다.
◇2030년까지 연평균 5% 이상 성장
이번 통조림 유행이 짧은 유행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간편 식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퍼시스턴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생선 통조림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5.7%다. 2033년까지 시장 규모는 17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업체는 통조림 시장의 성장과 관련, “사람들의 선호도가 전통적인 식품에서 즉석 식품으로 바뀌는 현상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경제적이고 편리한 해산물 통조림은 간식을 식사로 바꾸는 많은 사람의 식습관 변화에도 적합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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