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병?" 이름도 생소한데…"지옥 같아" 폐경 여성 절반이 겪는 통증
#.올해 환갑을 맞은 윤모씨는 요즘 들어 외부생식기에 느껴지는 작열감과 통증이 점점 심해지며 불편함을 겪고 있다. 혹시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몇 날 며칠을 고심한 끝에 병원을 찾은 윤 씨는 생소한 '위축성 질염(노인성 질염)'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폐경을 맞는 여성은 몸 곳곳에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감소에 따른 이상 신호를 감지한다. 위축성 질염이 대표적이다. 위축성 질염은 폐경 이후 난소기능이 저하되면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질 자정작용이 저하돼 나타나는 병이다. 난소 제거술을 받은 경우,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받는 경우, 조기폐경인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첫 번째 징후는 윤활 부족(건조함)으로 이는 성관계 중에도 느낄 수 있다. 평소 작열감과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비뇨 증상으로 배뇨 통증, 반복적인 요로감염, 절박뇨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가려움증은 장시간 지속되고, 강도가 강해 반복해서 긁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따라 상처가 발생하거나 세균 감염이 더 쉽게 일어나게 된다.
김우정 교수는 "질정이나 크림은 전신으로 흡수되는 양이 미미해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며 "환자가 여성호르몬 치료를 거부하거나 호르몬 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질 보습제로 질 건조감을 줄이고, 성관계 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수용성 윤활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성호르몬을 함유한 질정은 질 속에서 혈류와 상피 콜라겐, 질 피부 두께, 신축성, 산도 등을 적정하게 유지 개선하며 증상 완화를 돕는다. 저용량의 경구 여성호르몬 제제 복용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단, 고령 환자의 경우 여성호르몬 제제의 득실이 있는 만큼 전문의와 상의 후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질염을 예방하려면 일상생활 속 관리도 중요하다. 흔히 청결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라 여기지만, 오히려 너무 많이, 잘못된 방법으로 씻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씻을 때 보디샴푸나 비누를 쓰는 것이 대표적이다. 세균 유입을 막으려면 질 내부를 적당한 산성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보디샴푸나 비누로 자주 씻으면 오히려 질 내 산성도 균형이 깨져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 여성청결제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아니다.
김우정 교수는 "위축성 질염은 나이 들면 누구나 생길 수 있고 그 자체가 건강상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면서 "많은 여성이 드러내는 것을 꺼려 불편해도 그냥 받아들이는데, 간단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존재하는 만큼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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