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게, 치열하게…이정효의 축구에 없는 건 ‘노잼’ [김창금의 무회전 킥]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 부족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21일 안방서 열린 코리아컵 4강 1차전 울산 HD와 경기 패배(0-1) 뒤 이렇게 말했다.
광주 축구에 대한 높은 평가는 주로 이정효 감독에게 집중된다.
최신 축구 추세인 공간 창출에서 이정효 감독이 K리그 사령탑 가운데 가장 명쾌한 활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 부족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21일 안방서 열린 코리아컵 4강 1차전 울산 HD와 경기 패배(0-1) 뒤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팬들에게 광주는 ‘2% 더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줬을 것 같다.
광주는 이날 정호연, 가브리엘, 이건희, 이희균 등 핵심 선수들을 쉬게 했다. 25일 K리그1 맞대결, 28일 코리아컵 4강 2차전 등 울산과의 3연전에 대비한 포석이었다.
그럼에도 광주는 시종일관 날카로운 공격력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후반 초반 상대 야고에게 결승골을 내줬지만, 이후엔 판을 압도했다. 막판 20살 답지 않게 침착함을 보인 문민서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판정됐지만,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환상적이었다. 이정효 감독은 경기 뒤 “오늘 뛴 선수들도 주전이다. 선수들이 내게 답을 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광주 축구에 대한 높은 평가는 주로 이정효 감독에게 집중된다. 한 유튜브 축구채널에서는 이 감독을 “국내 최고의 감독”이라고 평가한다. 근거도 명확하다. 최신 축구 추세인 공간 창출에서 이정효 감독이 K리그 사령탑 가운데 가장 명쾌한 활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빠르고 강한 패스, 탈압박, 빌드업, 템포 조절을 바탕으로 한 선수들의 전술 이해는 이 감독의 집요한 훈련에서 완성된다. 이 감독은 이와 관련해 “선수들도 힘들지만, 나도 힘들다”고 표현한 바 있다.
아주대 출신으로 부산 대우에서 프로축구 선수생활을 한 이정효 감독은 A대표팀 경력이 없다. 하지만 지도자 경력은 화려하다. 2022년 광주를 2부리그에서 우승시켰고, 지난해 1부리그에서는 3위를 차지하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열악한 시도민 구단의 환경에서 최근 엄지성을 스완지시티로 보내는 등 젊은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도 뛰어나다. 올 시즌 중간 순위 7위이지만 광주는 타 팀에게 늘 껄끄러운 상대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이정효 감독의 내공이 대단하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전술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은 팀을 만들어 냈다”고 평했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팀 색깔이 뚜렷한 것에 대해 ‘테마’와 ‘스토리’가 있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정효 감독은 열혈 지도자로 자기주장을 강하게 발산한다. 때로 상대 팀을 노골적으로 비난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은 프로축구판에 자극을 준다. 기자회견에서도 “뭐가 안됐다”는 식의 결과론이 아니라 “무엇을 해냈다”는 식의 수행력을 강조한다.
이정효 감독은 “나는 야망이 엄청 큰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꿈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일 수도 있고, 훨씬 자원이 풍부한 팀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고픈 생각을 표현했을 수도 있다.
이름값만 좇는 우리 사회에서는 당돌한 이정효 감독의 등장이 더 반갑다. 축구판의 고질적인 지도자 품귀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제2, 제3의 이정효를 꿈꾸는 지도자에게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제발 전화 좀 받아”…부천 호텔 화재, 연기에 갇혔다
- [영상] 부천 호텔 화재 현장
- 김종인 “새벽에 이마 깨졌는데 응급실 22곳서 거절당했다”
- 윤 대통령, 안세영 참석 만찬서 “낡은 관행 과감히 혁신”
- ‘사람 죽인’ 정신병원 신체 강박이 “고난도 치료법”이라는 신경정신의학회
- 처서에도 ‘거의 40도’…서풍 들어오는 서해는 여전히 뜨겁다
- “대학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이…내가 알던 세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 내수 살릴 책임, 금리에 떠넘긴 대통령실...‘짠물예산’ 짜뒀나?
- “곧 퇴임, 누가 말 듣겠나”…‘김건희 무혐의’ 받아든, ‘무력’한 검찰총장
- 1973년 ‘또또사’ 김문수, 2024년 ‘태극기’ 김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