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에 다시 한번 사과” 최태원 동거인, 항소 포기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024년 4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다. 왼쪽은 법정 출석하는 최 회장, 오른쪽은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는 노 관장. 연합뉴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김 이사는 최 회장과 함께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재판장 이광우)는 22일 노 관장이 김 이사를 상대로 낸 30억원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김 이사)와 최태원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최태원의 일방적인 가출과 별거의 지속, 피고와 최태원의 공개적인 행보 등이 원고(노 관장)와 최태원 사이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김 이사는 “이미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혼인 관계가 파탄된 상태였으며, 파탄의 주된 책임이 노 관장 쪽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위자료로 산정한 20억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사건 항소심에서 인정된 액수와 같다. 재판부는 “피고와 최태원은 원고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진정 연대채무 관계에 있다”며 “피고와 최태원의 부정행위 경위와 기간 및 정도, 원고와 최태원의 혼인 생활 경과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의 책임이 다른 불법행위자인 최태원과 비교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진정 연대채무란 한 사람이 채무를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자에게는 그만큼의 지급 의무가 사라진다. 최 회장과 김 이사 둘 중 한 사람이 노 관장에게 20억원을 지급하게 되면 나머지 한 사람의 책임은 소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노 관장이 김 이사를 상대로 한 위자료 소송이 이 상태에서 확정되면 노 관장이 받을 수 있는 위자료 총액은 20억원에서 변동은 없다. 최 회장과 김 이사의 민사적 책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인 셈이다.

이날 선고 뒤 노 관장을 대리한 김수정 변호사(법무법인 리우)는 “이런 배상 책임을 인정해준 것은 가정의 소중함과 가치를 보호하려는 법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김 이사는 선고 이후 입장문을 통해 “노소영 관장님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오랜 세월 어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 아프셨을 자녀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항소하지 않겠다. 법원에서 정한 의무를 최선을 다해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