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 ‘흉기난동’ 예고글 올렸다 8초만에 삭제…1심은 무죄, 항소심선 유죄

김명진 기자 2024. 8. 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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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7일 혜화역 흉기난동 살인예고 피의자 왕모 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커뮤니티 당근마켓에 혜화역 살인 예고 글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중국인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문제의 글을 8초만에 지웠는데, 1심은 이를 근거로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줬지만 항소심은 달리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재판장 조정래)는 협박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국 국적 왕모(32)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2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왕씨는 작년 8월 4일 오전 2시 43분쯤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 당근마켓에 “(2023년 8월) 5일 오후 3시에서 12시 사이 혜화역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글을 올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왕씨는 자신이 쓴 글을 8초 만에 지웠다. 그러나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됐다. 경찰은 인터넷 주소(IP)를 추적, 이튿날 자택에서 그를 체포했다.

경찰은 왕씨의 서울 종로구 주거지를 수색했으나 칼부림에 쓰려고 준비했다고 볼 만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왕씨는 이와 별개로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했다가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3년 전부터 불법체류 신분이었다는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왕씨를 협박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1심은 협박 혐의에 대해선 “글을 올린 지 8초 만에 삭제한 만큼 협박의 고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그러나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2심은 “왕씨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한 글을 직접 작성해 올렸고 이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전달됐다”며 “왕씨가 살인 예고를 고지한 시간에 해당 장소를 방문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의사결정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했다.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전파 가능성을 고려하면 왕씨도 자신의 게시 행위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킨다는 점을 잘 알았다”며 “비록 글을 올린 직후 삭제했다고 해도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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