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주 낙태 200만원"…브로커 판쳐도 처벌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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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0주 100만원·19주 200만원, 미성년자 상담 환영합니다."
22일 카카오톡 임신중절 오픈채팅방에 한 브로커가 이런 내용의 광고를 올렸다.
경찰은 이 병원이 최근 1년 동안 임신 말기인 30주 이상도 낙태가 가능하다고 홍보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의, 약사를 사칭한 중간 브로커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상담 및 병원 중개 영업을 하고 있다"며 "10대를 대상으로 한 유럽산 임신중절약 밀수꾼까지 생겨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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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낙태 영상' 수사 나선 경찰
여성·병원장 살인혐의 입건에도
법조계선 "재판 가도 무죄 날 듯"
입법 부재로 병원선 버젓이 홍보
임신중절약 불법 거래까지 기승
합법과 불법 사이 부작용만 속출
“임신 10주 100만원·19주 200만원, 미성년자 상담 환영합니다.”
22일 카카오톡 임신중절 오픈채팅방에 한 브로커가 이런 내용의 광고를 올렸다. 그는 “영양제, 초음파, 유착방지제, 수술비 등 모든 것이 포함된 금액”이라고 안내했다.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낙태 브로커’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아무 제재 없이 활동하는 데다 높은 주령의 태아 낙태 시술이 횡행하고 있어서다. 장기 입법 공백 사태에 따른 혼란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후속 입법을 권고했지만, 국회는 아직 대체 입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찰 ‘만삭 임신부’ 낙태 사건 골머리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인천 A산부인과에서 36주 태아 낙태 경험담을 올린 20대 유튜버와 낙태 수술을 해준 70대 병원장을 살인 혐의로 이달 초 입건했다. 경찰은 이 병원이 최근 1년 동안 임신 말기인 30주 이상도 낙태가 가능하다고 홍보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국내 상당수 산부인과는 10~15주 임신부에 한해 중절수술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임신 30주가 넘어도 수술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이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사가 살인 행위를 했다” 등의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 의사를 징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사에 나선 경찰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살인죄로 기소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내심 곤란해하는 분위기다. 살인죄 적용도 ‘태아를 사람으로 볼지’를 두고 우선 다퉈야 하기 때문에다. 법조계에선 형법상 낙태죄 폐지 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사건을 살인 혐의로 기소하더라도 무죄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관련 입법이 미비한 상태라 참 난감하다”고 했다.
○불법 임신중절약 횡행 등 무법천지
헌재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국회에 2020년 말까지 대체 입법을 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어느 주령의 태아까지 생명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후속 입법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6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임신 14주, 임신 24주, 전면 허용 등의 의견이 담겼다. 일부 종교단체에선 낙태를 전면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가 눈치싸움에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마저 경시하면서 후속 입법은 좀처럼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 사이 법원은 헌재 결정을 근거로 낙태죄 관련 재판에 속속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입법 부재로 사실상 기준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자 일부 산부인과는 ‘낙태 영업’에 나서기 시작했고, 아직 불법인 임신중절약도 활개 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의, 약사를 사칭한 중간 브로커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상담 및 병원 중개 영업을 하고 있다”며 “10대를 대상으로 한 유럽산 임신중절약 밀수꾼까지 생겨날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태아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입법 공백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태아 생명권을 존중하면 여성단체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면 종교단체가 반발하면서 정치인들이 다루기 곤란해진 상황이 됐다”며 “민감한 이슈인 만큼 정치권이 적극적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오/안정훈/정희원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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