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스토커즈 "익스트랙션 허들 낮추려는 신박한 시도"
익스트랙션 장르는 최근 경쟁이 치열해졌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 개발사까지 익스트랙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마니아층은 있어도 아직까진 대중적이지 않기에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
액션스퀘어가 개발, 하이브IM이 퍼블리싱하는 '던전 스토커즈' 역시 그 후보군 중 하나다. 게임스컴 출품과 함께 글로벌 테스트를 실시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를 기반으로 라이트한 익스트랙션을 표방했다.
익스트랙션은 배틀로얄에서 파생된 장르다. 전리품 획득이나 퀘스트 진행 등을 위한 PvE와 유저 간 전리품을 쟁탈하기 위한 PvP를 합친 PvPvE 게임이다. 배틀스테이트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가 원조로 소위 '타르코프라이크'라고 불린다.
이 장르는 매력적이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하진 않다. 한국의 삭힌 홍어나 유럽의 블루치즈 같은 게임이랄까. 그 맛을 알면 곱씹을수록 풍미가 살아나지만, 그걸 알기 전까진 독특한 냄새로 인해 쉽사리 도전하기엔 벅차다. 익스트랙션도 마찬가지다.
익스트랙션은 극한의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재미 요소로 작용하는 독특한 장르다. 그 압박감을 이겨내고 크게 한탕 했을 때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신 추구하는 방향이 꽤 하드한 만큼 진입장벽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익스트랙션 장르 고유의 재미와 라이트함, 사실 이 두 요소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전자는 극한의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동반되지만, 후자는 그 두 요소를 어느 정도 배제한다. 어느 정도의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 기존 던전 크롤러 익스트랙션과 무엇이 다른가?
시스템적으로 기존 장르 게임들과 가장 큰 차이는 개발진이 강조했던 '마녀의 저주'다. 일정 주기로 고유한 효과를 세션 내 플레이어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월드 기믹이다. 마녀의 저주는 시시각각 게임 양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마녀의 저주는 본래 의도대로 잘 작동한다. 가령 공격 시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불의 검' 효과를 받고, 시원하게 적을 썰고 다니거나, 갑자기 눈 앞에 소환되는 상위 몬스터에 놀라는 등 플레이 양상에 변주를 가져온다. 행운 요소도 넣으면서 말이다.
아울러 협력 플레이를 상정하고 디자인된 PvE 모드의 전투는 익스트랙션 장르에서 상당히 낯설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보다 대중적인 게임을 지향하는 컨셉트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구성 방식에서는 PvPvE, PvP, 그리고 PvE 모드 세 가지를 별도로 분리해놓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극명하다. 보통 익스트랙션 게임은 PvPvE와 PvE 모드 두 가지로만 분리해놓는다.
PvPvE 경우 다양한 '탐색 임무'를 제공해 파밍의 선택지를 높혔다. 탐색 임무 보상으로는 선택한 임무에 따라 다양한 보상을 받는다. 모드와 시스템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 넓은 유저풀을 수용하고자 배려했다.
이와 별개로 방어구의 내구도가 떨어지면 장비가 파손되는 시스템은 굉장히 서브컬처스럽다.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도 캐릭터의 HP가 0이 됐을 때 부상 일러스트로 바뀌지 않던가. 던전 스토커즈에서 내구도가 0이 되면 방어구가 벗겨지는 방식은 상당히 유사하다.
몇몇 요소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던전 스토커즈가 이번 테스트에서 보여준 모습은 평균 이상이었다. 기본 콘셉트가 독특하면서도 장르적 특징을 잘 담아냈다고 평가한다.
■ 던전 스토커즈의 지향점 "다양한 선택지 제공"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은 여타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과 동일하다. 전리품 획득이나 퀘스트 진행 등을 위한 PvE와 유저 간 전리품을 쟁탈하기 위한 PvP를 합쳐 PvPvE를 유지한다. 차이점은 PvP와 PvE 모드를 별도로 마련했다는 정도다.
중세 판타지 익스트랙션이 자주 사용하는 자기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자기장의 본래 목적이 자기장 대미지로 안전지대 안에 몰아 넣으며 유저 간 전투를 권장하고, 게임 템포를 높히는 데 있다.
다만, 라이트한 익스트랙션을 지향하는 게임에서 자기장의 존재는 구조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개발진은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낫다"라고 얘기했다. 자기장으로 인해 교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고 자기장 존버가 쉽게 설계되지도 않았다.
장르의 원조격인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는 랜드마크로 이동해 교전하지 않고 외각 플레이 위주로 안전 지향 게임을 하면서도 꽤 달달한 파밍이 가능하다. 던전 스토커즈는 자기장이 좁혀오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식 파밍만 하고 탈출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과연 라이트함을 추구했는지 의문이 든다.
6대6 PvP 모드 '격전지'는 쟁탈전 방식으로 진행된다. 필드 곳곳에서 등장하는 징표를 상대방보다 더 많이 획득하면 승리한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방식이라서 익스트랙션 장르가 낯설어도 PvP 모드는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익스트랙션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기까 던전 스토커즈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반드시 던전에서 익스트랙션을 하는 것 외의 다른 콘텐츠 선택지를 제공하는 셈이다.
PvE 모드는 기본적으로 3인 구성이다. 솔로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경고창이 팝업된다. 레벨 스케일링이 3인큐에 맞춰 있다. 협력으로 진행하는 던전 탐색을 제외하면 PvPvE 모드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 근접전 지향의 전투, 실제 플레이는 글쎄?
개발진은 근접전 위주의 합을 주고 받는 전투를 의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런 의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근접 캐릭터보단 원거리 캐릭터가 PvP와 PvE 양쪽 모두 유리한 탓이다.
근접 캐릭터는 날아다니거나, 천장에 붙어있는 몬스터를 처리하는데 있어 애로사항이 너무 많다. 사거리가 닿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고, 때로는 멀리서 적에게 농락당하기 일쑤다. 반면, 원거리 캐릭터는 거리 제약에서 상당히 자유롭다.
두 직업군간의 밸런스에 균열을 발생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범위다. 특히나 마법을 다루는 캐릭터의 성능이 정말 뛰어나다. 근접이나 활 등은 벽이나 기둥에 공격이 막히는 경우도 많지만, 마법 공격은 특정 범위 내를 타격해 지형지물의 제약이 덜하다.
6대6 PvP 모드를 즐겨보면 10에 9명은 원거리 캐릭터를 선택한다. 원거리 캐릭터가 근접 캐릭터를 상대로 카이팅을 하면 근접 입장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추격해 깊숙히 들어가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MOBA 장르에서는 원거리, 혹은 메이지 캐릭터를 잡아먹기 위해 브루저 근딜이 많이 선택된다. 이 경우는 쉽게 적에게 접근할 수 있고, 공격 시 적의 속도를 늦추는 등의 다양한 CC기가 있는 덕분이다. 아쉽게도 던전 스토커즈에는 이러한 장치가 없다.
물론 개발진도 인터뷰에서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다고 말했고, 이번 테스트를 거쳐 점차 수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캐릭터 간 밸런스 불균형 문제는 얼리액세스 전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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