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파운드리 이원화 고려 안해···삼성과 계속 협력"
오진욱 리벨리온 CTO 인터뷰
리벨리온측 "원스톱 솔루션 등
삼성 파운드리 통한 이점 많아"
'토종 AI 생태계' 수성 기대 속
고난도 12단 승부수 띄운 삼성
빅테크 수주로 이어질지 촉각
리벨리온이 삼성 파운드리와의 끈끈한 협력 관계를 강조한 것은 세계 1위 TSMC에 생산 이원화를 맡기지 않아도 인공지능(AI) 칩 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리벨리온이 사피온과의 합병 이후 TSMC와 동맹을 맺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과 경쟁하는 SK그룹이 사피온의 사실상 모회사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TSMC와 밀접한 관계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과 리벨리온의 협력에까지 기류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리벨리온이 삼성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토종 AI’ 생태계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기업들과 협력해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노하우를 쌓아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단 하나의 고객도 소중하다”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성공적으로 공급하는 실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3년 전 돌아가도 삼성"=오진욱 리벨리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외의 파운드리 회사와는 협력할 가능성이 낮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TSMC와의 협력 및 파운드리 이원화에 대한 질문에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리벨리온은 최근 SK 계열의 AI 반도체 회사인 사피온과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간 사피온은 TSMC를 통해 AI 칩을 생산했는데 일각에서는 이 사실을 근거로 리벨리온이 합병 이후 더 이상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맡기지 않고 TSMC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오 CTO는 이런 관측 역시 현재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회사의 첫 인공신경망장치(NPU) 제품인 ‘아이온’은 TSMC에서 만들었다”며 “직전 제품인 ‘아톰’을 설계할 때부터 TSMC가 아닌 삼성을 택한 배경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원스톱’ 솔루션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또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얻는 이점이 많다”며 “2~3년 전 다시 파운드리를 결정하더라도 똑같이 삼성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리벨리온과 삼성전자의 협력은 토종 회사 간의 고성능 반도체 협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 파운드리 역시 대만에 비해 열악한 반도체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는 단점을 리벨리온과의 끈끈한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리벨리온과 지근거리에서 협력하며 만든 생산 노하우로 차세대 먹거리인 AI 시장에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올해 일본 최대 AI 스타트업 PFN과 2나노 AI 칩 개발 과제를 시작했다. 반도체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가 이끄는 텐스토렌트, 리벨리온의 경쟁사이기도 한 그로크의 4나노 AI 칩 생산을 수주하면서 TSMC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12단 HBM3E 시장 선도=리벨리온이 연말 양산할 ‘리벨-쿼드’ 칩에 삼성전자의 12단 HBM3E 4개를 탑재하는 것 또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의 HBM 기술이 최고 용량, 고성능 AI 반도체에 적용될 만큼 기술력이 올라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 HBM을 둘러싼 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HBM3E 8단 제품이었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AI용 칩 ‘블랙웰’에 탑재되는 8단 HBM3E 퀄(승인) 테스트 통과가 SK하이닉스·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비해 지체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외에도 HBM을 원하는 AI 칩 ‘다크호스’들에 8단 제품보다 공정 난도가 높은 12단 칩을 공급하면서 HBM 양산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 미국 굴지의 반도체 설계 회사인 AMD에 HBM을 공급하기로 한 것도 이런 사례다. 삼성전자는 AMD가 4분기에 출시할 새로운 AI용 GPU ‘MI325X’에 12단 HBM3E를 공급할 예정이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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