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 보내자고 했지만, 솔직히 결승까지 올 줄은…" 교토국제고의 기적, 우승하고 다시 "동해 바다" 교가 부를까
[OSEN=조형래 기자] 사령탑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의 행군이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기적을 끝내고 다시 ‘동해 바다’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를 목놓아 부를 수 있을까.
재일 한국인들이 세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 일전을 앞두고 있다. 개교 이후 처음으로 고시엔 결승 무대를 밟은 교토국제고는 오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위치한 고시엔 구장에서 도쿄 간토다이이치고와 여름 고시엔 결승전을 치른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개교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금을 모금해서 학교를 세웠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에서야 일본 정부가 공식 학교 인가를 하면서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160명의 소규모 한국계 학교지만 재학생의 30% 정도만 한국계 학생이다. 1999년 창단한 야구부의 현재 인원들 역시 일본인이 대부분이다. 지난 2021년 처음으로 여름 고시엔 본선 무대를 밟았고 올해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대형 이슈를 만들었다.
3학년 우완 에이스 나카자키 루이가 1차전 삿포로니혼부속고등학교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139개의 공을 던지며 12피안타 12탈삼진 3실점 역투로 7-4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 니가타산업대부속고등학교와의 경기에서는 2학년 좌완 니시무라 이츠키가 9이닝 138구 3피안타 6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혼신투로 4-0 승리를 이끌었다.
3차전에서는 서일본단기대학부속고등학교를 상대로 4-0 완승을 거뒀고 나카자키 루이가 다시 9이닝 143구 7피안타 14탈삼진 2볼넷 무실점 완봉 역투를 펼쳤다.
8강전까지 올라온 교토국제고는 전통의 강호 지벤고교를 4-0으로 제압하며 준결승까지 올랐다. 니시무라 이츠키가 9이닝 6피안타 2탈삼진 2볼넷 무실점 118구 혼신투가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21일 열린 4강전, 아오모리야마다고등학교와의 경기에서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나카자키의 4이닝 2실점, 니시무라의 5이닝 무실점 합작투로 대망의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22일 하루 휴식일을 맞이한 교토국제고, 결승을 앞두고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고마키 노리쓰구 감독은 ‘닛칸스포츠’ 등 일본 현지 언론드로가의 인터뷰에서 “여름 고시엔을 시작하기 전에, 하루라도 긴 여름을 보내고 싶다고 선수들에게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솔직히 마지막 날까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라면서 “일본 최고의 무대에 왔으니, 앞으로 마지막 한 경기, 쓰러져도 될 정도로 사력을 다해 싸우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교토국제고는 나카자키와 니시무라의 원투펀치가 팀을 끌고 왔다. 특히 니시무라는 23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두 선수가 다시 결승전에서 마지막 혼신의 피칭을 펼칠 전망이다. 고마키 감독은 “결승에서 만날 간토다이이치고는 개별 능력이 좋고 팀 플레이에도 빈틈이 없는 팀이다”라며 “내일은 정말 총력전이다. 나카자키나 니시무라 두 선수 중 어느 쪽을 선발로 내세울지 정하지 않았지만 여러 타이밍을 생각해서 한 번 더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에이스 나카자키는 “일본 최고가 되기 위해 지금까지 연습해 왔다. 팀 모두를 믿고 던져서 고시엔이라는 무대를 최고의 무대를 즐기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교토국제고다. 준결승에서는 일본공영방송 NHK를 타고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장면이 전역에 생중계 됐다. NHK에서는 ‘동해 바다’를 ‘동쪽의 바다’로 번역한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동해라는 고유 명사를 표기하지 않으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고시엔 대회의 전통은 경기 전에 교가를 부르고 승리를 하게 되면 다시 한 번 교가를 부른다. 과연 교토국제고는 다시 한 번 “동해 바다”로 시작되는 교가를 고시엔 하늘 아래 목놓아 부를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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