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스포츠는 국력, 낡은 협회 개혁해야

전지현 기자(code@mk.co.kr) 2024. 8.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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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파리올림픽 금메달 13개는 공정경쟁과 세대교체의 결실이다.

오직 실력으로 선발된 Z세대 선수들은 첫 올림픽 무대에서도 명승부를 보여주며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올랐다.

그러나 21세기 선수들을 뒷받침해야 할 체육단체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13일 인천공항 그레이트홀에 마련된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을 갑자기 취소하고 입국장에서 해산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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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13개 공정의 결실인데
Z세대 선수들 지원 체육회는
불공정한 자리싸움에 매몰
보상체계도 시대에 뒤처져
곪아있던 구습 지금 바꿔야

한국의 파리올림픽 금메달 13개는 공정경쟁과 세대교체의 결실이다. 오직 실력으로 선발된 Z세대 선수들은 첫 올림픽 무대에서도 명승부를 보여주며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올랐다. 겁 없고 당찬 그들의 모습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혔다.

그러나 21세기 선수들을 뒷받침해야 할 체육단체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불합리한 관행에 젖어 있고, 불공정한 자리싸움에 매몰돼 있다.

대한체육회는 '단체장 연임 제한 폐지'를 반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으로 메달리스트들의 금의환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13일 인천공항 그레이트홀에 마련된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을 갑자기 취소하고 입국장에서 해산해버렸다. 대한체육회는 "장기간 비행에 따른 선수단의 피로와 행사 장소 이동에 따른 혼잡,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문체부 따돌리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선수단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공항을 찾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을 헛걸음하게 했다.

대한체육회가 올해 문체부 예산 4094억원을 지원받고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단체인 것을 감안하면, 해단식 파행은 선을 넘었다. 그동안 이 회장은 자신의 3연임에 반대하는 유 장관을 공개된 자리에서 비판해왔다. 이 회장은 "나를 제외해도 좋으니 연임 제한 폐지를 승인해달라"고 문체부를 압박해왔지만, 연임을 심사할 스포츠공정위원회부터 공정하지 않다. 연임 심의 당사자인 대한체육회장이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 15명을 위촉하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문체부 승인을 받지 않아도 이기흥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어서 연임 제한을 받지 않는다. 차기 회장을 위한 정관 개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체육회의 반기에 대한 문체부의 대응도 강경하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훈련비 배분 적정성을 검토하고,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시설 관리 용역 계약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017년 진천선수촌 개촌 이래 현재까지 특정 용역업체를 지속 선정하며 연간 70억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각 지역 체육회와 종목 경기단체에 주는 예산을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문체부가 직접 집행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훈련비 배분 적정성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며 "용역업체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문체부는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저격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논란이 된 부상 관리, 복식 선수 위주의 대표팀 운영, 대회 출전 강요 등에 대한 진위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협회가 정한 연봉 체계는 시대에 뒤처졌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정당한 보상에 대한 욕구가 강한 Z세대는 '고졸 신인은 7년간 계약을 유지해야 하고 계약금도 최고 1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운동선수의 전성기가 10년 안팎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노예 계약'이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안세영이 7년간 대표팀 막내 선수로 선배들의 빨래와 숙소 청소 등을 도맡아 해오면서 겪은 관행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묵인 속에 곪아왔던 문제들이 폭발한 지금이 엘리트스포츠 개혁의 적기다. 탁구 신유빈, 펜싱 오상욱 등 스포츠 스타를 좇아 생활체육도 활성화되는 만큼, 엘리트스포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미국 1위, 중국 2위 등 올림픽 순위가 보여주듯 스포츠는 국력이다.

[전지현 문화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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