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구독 소송 금지’ 꼼수 안 통했다…디즈니월드 음식 사망사건, 결국 법원행

美 디즈니월드서 음식 먹고 사망한 유족 소송 제기
디즈니, OTT 가입약관 근거로 소송 불가·비공개 중재 주장
배심원 재판 피하려다 비판 여론 ‘뭇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디즈니월드에서 음식을 먹다 숨진 여성의 유족이 소송을 제기하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 가입 약관을 근거로 공개 재판을 막으려던 디즈니가 비판 여론에 소송 불가 입장을 철회했다.

20일(현지 시각) BBC에 따르면, 디즈니월드의 한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사망한 유족이 디즈니를 상대로 제기한 5만달러(약 7000만원) 규모의 소송이 결국 법원에서 다뤄진다.

작년 뉴욕대 의사였던 40대 여성 카노크폰 탕수안은 미국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한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사망했다. 당시 그는 견과류와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다고 식당 측에 알렸으나, 문제가 된 음식이 제공되면서 끝내 알레르기 쇼크로 숨졌다. 이에 유족은 디즈니와 식당 운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디즈니 측은 유족이 2019년 OTT ‘디즈니 플러스’ 체험판을 구독하며 동의한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가입 조항에 ‘디즈니와 당사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송을 포기하고 개별 중재에 따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였다.

해당 조항에 명시된 개별 중재의 경우, 중립적인 제3자가 분쟁을 감독하며, 재판보다 신속하게 분쟁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배심원 앞에 증거가 공개되지 않으며 비공개 중재된다는 특징이 있다.

유족 측은 이러한 디즈니 측 주장에 반발했고 OTT 가입 조항에 관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결국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지자 디즈니가 법원에서 사건을 다룰 수 있도록 입장을 바꾼 것이다.

BBC에 따르면, 디즈니 놀이공원·크루즈 등을 총괄하는 디즈니 익스피리언스의 조쉬 다마로 최고경영자(CEO)가 성명을 통해 “이 상황은 유가족에게 깊은 고통을 안겨준 사건이기 때문에 우리는 개별 중재 권리를 포기하고 법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현재 디즈니는 중재 요청을 철회하기 위한 서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유족 측 변호인은 “디즈니 같은 대기업이 배심원 재판을 피하려는 시도는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또 이번 사건이 음식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