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와 향료 넣은 막걸리 인정될까…전통주 업계 찬반 팽팽

박양수 2024. 8. 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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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이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막 거른 술'이라고 해서 부르는 술, 막걸리는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온 한국의 전통주다. 탁주(濁酒)나 농주(農酒), 회주(灰酒), 백주(白酒)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보통 물과 쌀, 누룩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 조선시대까지는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가양주였다. 일제 강점기에는 주세법 강화되면서 밀주로 단속의 대상이 되는 등 시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2024년 세법 개정안'에 주세법을 개정해 향료와 색소를 넣은 술을 '탁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주류 업계 내에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정부는 그동안 막걸리에 넣는 첨가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향료와 색소를 허용하는 이유로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내세운다. 막걸리 제조 원료로 향료와 색소를 인정해 업계의 부세 부담을 덜어주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탁주의 제조 원료는 △녹말이 포함된 재료 △물 △누룩 △당분 △ 과일·채소류 △아스파탐 등의 첨가제로 한정돼 있다. 여기에 향료와 색소를 추가함으로써 탁주에 허용된 첨가물을 확대해주는 것이다.

현재는 막걸리에 실제 과일이나 채소류 대신 향료나 색소를 넣게 되면 '기타주류'로 분류돼, 탁주 혹은 막걸리라는 표기를 못한다. 예컨대 바나나 향을 넣을 경우 '바나나맛'으로 써야 한다. 떵콩이나 초코, 딸기 등을 농산물이 아닌 향과 색소를 넣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인공 색소와 향을 넣어도 '막걸리'라는 표기를 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향료·색소를 넣은 막걸리의 주세도 낮아져서 가격 경쟁력이 커진다. 막걸리와 기타주류의가장 큰 차이는 주세의 차이다.

막걸리는 현재 종량세(용량 대비 세금)이 적용돼, 1리터 당 44.4원(750㎖ 병당33.3원)의 세금을 낸다.

하지만 기타주류로 분류되면 종가세로, 세율은 출고가 기준 과세표준액의 30%가 되고, 과세 표준은 출고가격의 81.9%다. 이를 계산해보면 세금은 246원이 된다. 막걸리의 거의 7배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당연히 주류 업계 내부의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찬성하는 쪽에선 막걸리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체로 대형 막걸리 제조업체의 입장이다.

남도희 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다양한 주류를 개발하게 되는 등 막걸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향료 등을 첨가하면 수출시에도 막걸리란 표현을 쓰지 못해 애로가 많았는데 법안이 개정되면 막걸리 표기를 할 수 있게 돼 막걸리 세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향료 등을 넣게 할 경우 원재료 가격을 낮춘 저가 막걸리의 난립으로 품질이 저하돼 전체 전통주 시장이 붕괴되는 등 산업 발전에 역행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동안 세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류인수 사단법인 한국술산업연구소 소장은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를 넣을 수 있게 되면 막걸리의 하향평준화가 될 수 있다"며 "세금 감면으로 몇 개의 대형 양조장은 혜택을 보지만 대다수의 전통주 업체들은 생존의 위기를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막걸리는 지역 농산물을 반드시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향료·색소 추가시 지역의 특색 있는 술들이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전통주의 전통성, 다양성 및 차별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통주 양조장, 막걸리 교육기관, 전통주보틀숍 등 120여곳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에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 첨가 반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처럼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일각에선 새로운 주류 항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주세법에서 향료·색소가 첨가된 막걸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전통주 장려'라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향 막걸리 등의 세율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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