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난 우려에…다시 볕드는 리모델링
재건축에 비해 불리하지만
갈등 요인 적어 사업 빨라
이촌동 코오롱·목동우성 등
서울에서만 77개 단지 추진
공사비 상승 등으로 서울 내 아파트 공급 문제가 장기화하자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갈등을 빚던 고밀 단지에서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어서다. 주택 부족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와 서울시가 리모델링 지원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용적률 높은 단지 리모델링으로
2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총 77곳이다. 추진 속도가 더딘 주요 단지도 속속 다음 단계로 돌입하고 있다.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와 양천구 목동우성아파트는 지난달 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리모델링 사업계획 세부 결정을 위한 사전자문을 했다. 리모델링 사업 인허가를 위한 사실상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1999년 준공한 이촌 코오롱은 용적률이 317%에 달해 재건축이 아니라 리모델링을 추진해 왔다.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해 기존 834가구를 최고 25층, 10개 동, 959가구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전통 부촌’으로 불리는 동부이촌동 일대는 코오롱을 포함해 한가람(2036가구) 우성아파트(243가구) 강촌(1001가구) 한강대우(834가구) 등 고밀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강촌은 사전자문을 용산구 도시계획위원회까지 완료한 뒤 건축심의를 준비 중이다. 한가람도 조만간 사전자문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목동우성아파트는 4개 동, 332가구로 이뤄져 있다. 향후 최고 18층 높이 아파트 361가구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시공사는 GS건설이다. 이 단지는 지하철 9호선 신목동역에서 걸어서 10분 걸린다. 대규모 재건축이 예정된 목동 신시가지를 마주 보고 있다.
사업 ‘5부 능선’으로 꼽히는 건축심의를 통과한 단지도 잇따랐다. 송파구 문정동 현대아파트는 지난 6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시공을 맡은 쌍용건설은 기존 1개 동, 120가구에 1개 동을 새로 지어 총 138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1986년 준공된 성동구 옥수극동아파트도 건축심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면적만 넓히는 수평증축과 비교해 사업성이 더 좋은 ‘수직증축’ 방식을 통해 15층, 8개 동, 900가구를 최고 19층, 8개 동, 1032가구로 짓겠다는 방침이다. 조합 관계자는 “1000가구 넘는 대단지를 수직증축하는 첫 사례로 한강 영구 조망이 가능하다”며 “건축심의를 거쳐 조만간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더 오르기 전 서두르자
건축법에 따라 건물 골조를 남기고 다시 짓는 리모델링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재건축과 비교할 때 추가 주택 공급 효과가 작고 공공기여 등을 통한 인프라 개선도 크지 않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리모델링 규제 완화 등에 미온적인 이유다.
지난해 7월에는 국토교통부가 필로티(비어있는 1층 공간) 설계에 따른 1개 층 상향을 수평증축이 아니라 수직증축으로 간주하도록 유권해석을 바꿔 큰 논란이 됐다. 서울시는 올해 초 용적률이 지나치게 높아 정비사업 대신 리모델링을 택한 사업지를 겨냥해 현황용적률을 인정해 주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리모델링 현장에선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며 재건축 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로 갈등을 빚어왔다.
올해 초반만 해도 ‘초상집’이었던 리모델링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공사비 상승과 서울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합은 공사비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정부와 지자체는 아쉬운 규모라도 추가 공급할 수 있도록 속도전에 나설 유인이 커진 것이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리모델링은 1 대 1 및 제자리 재건축과 비슷해 갈등의 소지가 훨씬 적다”며 “성공 모델이 더 나온다면 재건축의 대안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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