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한국적 공진화의 씁쓸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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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에서 공진화(둘 이상의 종이 상대 종의 진화에 상호 영향을 주며 진화)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수준의 호모 사피엔스는 없었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만큼 매력적인 공진화의 예는 드물다.
이것은 유전자들끼리의 생존 경쟁을 위한 공진화이기도 하다.
공진화의 다른 예는 군비 확장 경쟁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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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끼리 생존 경쟁하며
부족한 부분 수용해서 진화
우리 정치는 경쟁압력 없어
고만고만한 수준서 멈춰
생태계에서 공진화(둘 이상의 종이 상대 종의 진화에 상호 영향을 주며 진화)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수준의 호모 사피엔스는 없었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만큼 매력적인 공진화의 예는 드물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체의 에너지 생산 공장이다. 세포는 모두 각자 에너지 필요에 따라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고 평균 100개 정도다.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박테리아였는데 다른 박테리아와 서로 모자란 부분을 주고받으며 지내다 우연히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숙주에게 산소 호흡을 제공해 기존의 무산소 호흡에 비해 에너지 효율을 19배나 높였다. 이로써 숙주 생물이 몸집이 커져도 에너지대사를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가졌던 유전자를 거의 전부 숙주의 DNA로 옮기고 자신은 13개 유전자만 남겼다. 공장을 돌릴 때는 숙주 세포에 맡겨놓은 유전자를 받아와 자신의 유전자와 합쳐서 에너지를 생산한다.
인간의 DNA는 11억개에 가까운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DNA는 진화 과정에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받아들인 교류의 백화점이다. 숙주 생물의 DNA로 들어간 유전자가 숙주 생물에게 이로움을 제공하면서 같이 진화한 결과가 오늘날 생명체들의 DNA다. 이것은 유전자들끼리의 생존 경쟁을 위한 공진화이기도 하다. 만일 생명체가 온전히 변이를 통해서만 진화했다면 오늘날에도 하등 생물을 넘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상당한 기능(예로 산소 호흡)을 하는 유전자들을 통째로 받아들임으로써 때로 큰 점프를 했을 것이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누군가 만들어놓은 함수를 통째로 가져다 쓰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함수가 계층적으로 중첩되면 수준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우리 인간은 이런 메커니즘의 산물이다.
치타는 가젤을 잡으려 한다. 가젤은 치타에게 포획되지 않으려 한다. 상대방의 이동 패턴에 따라 서로 경쟁적으로 진화를 한다. 대니얼 힐리스는 정렬 네트워크를 개발하기 위해 공진화에 기반한 GA(유전 알고리즘)를 시도하였다. 두 개의 데이터 집단을 사용하는데, 주집단은 후보해들의 집합이고 보조집단은 훈련 데이터 집합이다. 통상적인 기계학습은 훈련 데이터가 정해져 있고 이를 잘 처리하는 해를 찾는다. GA는 해를 집단으로 관리하면서 진화시킨다. 힐리스의 공진화 GA는 주집단과 보조집단이 다 진화한다. 마치 치타와 가젤 집단이 서로 경쟁적으로 진화하는 구조와 같다.
이언 굿펠로는 2014년 이미지 생성을 위해 GAN(적대적생성신경망)이라는 인공지능(AI) 모델을 제안했다. GAN은 2개의 신경망을 공진화시키는데 하나는 가짜 이미지를 만드는 신경망이고, 하나는 제공된 그림의 진위를 판단하는 신경망이다. 모조범과 경찰이 서로의 스킬에 맞추어 진화한다. GAN으로 생성된 이미지 품질은 획기적이었다. 디퓨전이라는 새 모델이 주도하기 전까지 7~8년간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공진화의 다른 예는 군비 확장 경쟁 스타일이다. 숲의 나무는 다른 나무들의 키가 커지면 자신도 같이 커지도록 진화해야 광합성을 할 수 있다. 키가 커지면 에너지효율이 좋지 못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지나치게 키가 커지기도 한다. 비즈니스나 입시는 다른 경쟁자들 수준에 따라 얼마나 밀어붙일지가 결정된다. 상대가 느슨하면 별 진화적 압력이 없다. 정치도 군비 확장 경쟁 스타일로 공진화한다. 상대가 강하면 더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정치는 상대가 서로 너무 만만해 환경적 선택압이 거의 없다. 야만으로 공진화 중인 듯하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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