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이 하루 2만대 저압기기 척척···"2년 뒤엔 완전 무인생산"

노우리 기자 2024. 8. 2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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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 청주공장 가보니
부품 공정 25개 '100% 자동화'
13년 전부터 시스템 구축 힘써
AI 자동용접·소음검사 등 완성
생산량 2.5배 늘고 에너지 절감
부산사업장 등 스마트라인 넓혀
LS일렉트릭 청주 스마트공장에서 생산된 개폐기가 AI를 기반으로 한 비전 불량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LS일렉트릭
[서울경제]

20일 충청북도 청주에 있는 LS일렉트릭 공장 G동에 들어서자 ‘ㄷ’자 모양으로 조성된 라인에서 저압차단기와 개폐기가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판에 끼운 부품에 레이저로 고유번호를 새겨 만든 제품은 고해상도 카메라를 단 로봇팔로 옮겨졌다. 로봇팔은 조립을 마친 제품들을 들어 올려 빠져나온 전선은 없는지, 나사는 잘 조여졌는지 외형과 하자 여부를 1.5초 만에 점검했다.

이어진 공정에서는 포장로봇이 등장했다. 포장로봇은 품목별로 다른 상자에 일정한 간격에 맞춰 제품을 넣고 행선지 정보를 상자에 차곡차곡 붙였다. 완성된 박스들은 20여 대의 무인운반차(AGV)를 통해 창고로 옮겨졌다. 이렇게 생산되는 제품은 각각 2600만 개(저압차단기), 1200만 개(개폐기)에 이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5개에 달하는 공정 중 사람의 손길이 닿는 순간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라인을 감독하는 인원 1~2명 정도가 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이들은 모니터를 통해 공정마다 설치된 자동화 기기인 설비자동제어장치(PLC)에서 표시하는 제품 생산현황과 출고 계획을 확인했다.

LS일렉트릭 청주사업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뽑은 ‘등대공장’ 중 한 곳이다. 등대공장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제조업의 성과 모델을 만들어내는 공장을 뜻한다.

등대공장 성과를 위해 LS일렉트릭은 다양한 기술을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2011년부터 4년간 200억 원을 들여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AGV를 들여오고 설비를 원격으로 지휘하는 상위 시스템 네트워크 ‘생산관리시스템’(MES) 고도화가 이뤄졌다. 2020년 이후부터는 이렇게 쌓인 자동화 토대 위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얹었다. AI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자동용접과 외관·소음 검사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다음 공정에 결과를 반영하는 ‘피드백 공정’과 주문부터 생산 계획, 자재 발주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짜주는 수요예측 시스템(APS)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현재 청주공장 G동에서 하루 동안 생산되는 데이터 양은 1개 라인 기준 50만 건에 달한다.

LS일렉트릭 청주스마트공장에서 무인운반차량이 생산된 제품을 싣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LS일렉트릭

백희선 LS일렉트릭 제조지능화연구팀장은 “2010년대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은 향상됐지만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DT) 기반의 제조 경쟁력 확보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전 공장에 걸쳐 수집된 정보를 빅데이터로 수집하고 AI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성과도 두드러지고 있다. 스마트라인 구축 전후를 비교해보면 저압기기 38개 품목의 1일 생산량은 기존 7500대에서 2만 대까지 늘었다. 설비 대기시간은 절반으로 줄고 에너지 사용량은 60% 이상 절감됐다. 공장을 지키는 인력을 32% 감축하는 대신 이들을 신사업으로 전환 배치해 생산성을 높였다.

백 팀장은 “현장작업자들이 주로 40대부터 50대 초반인데 장비의 제조모델을 교체할 때마다 셋팅 값을 넣는 데 실수가 많았다”며 “한 라인을 시범으로 AI로 대체했더니 다른 라인의 작업자들도 ‘우리도 해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조성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말까지 규칙 기반의 컨트롤이 가능한 지능형 공장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 이를 마치고 나면 2026년까지 공장 내의 AI가 스스로 작업 현황을 감지하고 판단하는 자율형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등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예측하는 기술도 도입해 독일 지멘스, 프랑스 슈나이더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주력 제품인 변압기를 생산하는 청주 2사업장과 부산사업장의 스마트라인 전환도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백 팀장은 “완전무인화가 이뤄져 불을 끄고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불 꺼진 공장’이 최종 목표”라며 “근무자들은 공장 대신 사무실에서 양질의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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