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금리동결 후 달라진 분위기 "10월 인하냐 11월 인하냐"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인플레 압박 감소했지만
심상찮은 가계부채 문제
집값 상승세도 동결 요인
한국은행이 역대 최장기 기준금리 동결 기록을 1개월 더 연장했다. 한은은 지난 2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3.2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1년 7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도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다.
하지만 단단했던 동결 기조엔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8월 채권시장지표(BMSI)'에 따르면,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62개 기관 100명)의 90.0%는 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결이 약간 달라졌다. 금리 인하를 기대한 응답자도 10.0%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7월 금통위를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이 비중이 1.0%에 불과했다.
한은이 밝힌 금리동결 이유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열린 기자 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며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4월 2.9%를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2%대 흐름을 이어갔다. 기준금리 인상의 주요 원인이었던 인플레 압력은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거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심상찮은 가계부채 증가세다. 1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9조9178억원을 기록했다. 8월 들어 4조1795억원이나 증가했다.
주택 가격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은이 20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0월의 125 이후 최고치다.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여기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무리하게 돈을 빌려 내집 마련에 나서는 차주借主가 적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으로 시장의 돈이 쏠리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가계부채 증가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한은도 부동산 시장을 금리동결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창용 총재는 "금리가 예전처럼 0.5%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부담이 적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며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해 시중은행을 향해 '대출 금리를 인상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10월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신얼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8월 금통위 역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기 때문에 10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10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등장하고 11월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한국은행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에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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